삶의 확실성은 하나님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어제 묵상의 마지막 단락에 대해서 오늘 보충해야겠소. 어제는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비약이 있었던 것 같소. 우선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경험이라는 것이 결코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오. 우리는 세상에 던져진 존재요. 세상 안에 들어와 버렸다는 뜻이오. 밥을 먹어야 하고, 자식을 낳고, 돈을 벌면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세상이오. 이런 세상의 밖을 우리는 모르오. 인간의 삶에 길들여진 우리는 나무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오. 고체, 액체, 기체를 사물의 기본 원리로 경험하고 사는 우리는 그것과 전혀 다른 방식의 어떤 사물의 원리를 알지 못하오. 생물과 무생물이라는 이분법으로 분류하는데 익숙한 우리는 그것 너머의 세상을 알지 못하오. 이게 우리 인식과 경험의 한계요.

     언젠가 인간의 이런 인식론적 한계를 우물 안의 개구리로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소. 인간은 우물 안에서 살아가는 개구리들과 비슷하다는 거요. 우물의 세계를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구리들이오. 어느 날 한 마리 개구리가 우연하게 우물 밖으로 나갔소. 우물 안에서 생각하던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그 개구리는 다시 우물 안으로 들어와서 동료 개구리들에게 그 사실을 말했소.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했소.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개구리를 미쳤다고 몰아붙였소. 그럴 수밖에 없소. 우물 안의 세계 원리에 길들여진 개구리들이 우물 밖을 상상할 수 없는 법이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겠소. 현대인은 돈을 많이 벌어서 쾌적한 삶의 조건을 채워가는 것이 행복의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확신하고 있소. 이들의 눈에 아마존 원시림에서 문명과 담을 쌓고 사는 종족들의 삶은 비참할 거요.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오. 아마존 종족은 영양 상태도 나쁘고 일찍 죽소. 그렇지만 그들은 잘 먹고 오래 사는 문명권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일지 모르오. 삶에 대한 우리의 확신은 별로 확실한 게 아니라는 말이오.

     어제의 묵상을 보충할 생각이었는데, 글의 방향이 다른 데로 나갔소. 대충 정리해야겠소.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도 우리의 길들여진 선입관을 깨는 말씀이라오. 가난 자체를 미화하는 말이 아니오. 가난이 우리의 영혼을 투명하게 해준다는 뜻이오. 그런 투명한 영혼으로만 하나님 나라를 희망할 수 있소. 하나님 나라를 희망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오. 왜냐하면 확실하지 않은 것에 자신의 운명을 걸지 않기 때문이오. (2010년 10월2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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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일

2010.10.22 10:07:20

투명한 영혼으로만 하나님의 나라를 희망할 수 있고, 하나님의 나라를 희망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 말씀에 밑줄을 그어봅니다.

그런데 목사님, 확실하지 않은 것에도 자신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제 이해가 짧은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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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0.10.22 15:07:32

이신일 목사님,

확실한 것과 확실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으신가요?

목사님의 질문만으로만 보면

영적인 세계, 하나님 나라, 통치 등이 확실하지 않지만

운명을 걸어야 할 대상이라는 말씀 같은데요.

그런 것들이 확실하지 않은 게 아니라 확실한 것이랍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구요.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것이 신학이요 설교라고 할 수 있구요.

내가 그런 쪽으로 말했는데,

혹시 잘못 전달된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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