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어제 모과 한 광주리를 사왔소. 아파트 앞 단골 과일점에서 샀다 하오. 과일점이라도 해봐야 거의 노점상 비슷하오. 대충 4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주인이오. 집은 하양에서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와촌이라고 하는데, 과일장사 일로 매일 아파트 앞으로 출근하오. 과일점 주인의 고향집에 모과나무가 많은가보오. 약을 하나도 치지 않고 키운 고향집의 모과를 따다 파는 거라 하오. 집사람이 내 방에 두 개, 차에 두 개, 거실에 두 개, 안방에 두 개, 이렇게 배열했소.
지금 책상 위의 모과 한 개를 바로 컴퓨터 화면 앞에 놓고 이 글을 쓰는 중이오. 집사람이 크고 잘 익는 것은 거실과 차에 놓고, 내 방에는 아주 작고 아직 덜 익을 거를 놓았소. 노란색보다 푸른색이 더 강하게 남아 있소. 그래도 향은 멋지오. 그대는 모과 향을 기억하시오? 이걸 말로 설명하기는 힘드오. 그냥 모과 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내 표현 능력이 떨어지니, 그냥 그런 줄 아시오. 모과 모양은 그렇게 멋지지 않소. 사과나 배는 그럴듯하지만 모과는 볼품이 없소. 크기도 가지각색이고, 모양도 가지각색이오. 울퉁불퉁하오. 다른 과일에 비해서 되게 못 생겼지만, 향으로만 말하면 으뜸이오.
지금 나는 그 모과를 보고, 그 향에 취해 있소. 도대체 지구가 무슨 조화를 부렸기에 저런 모과가 나온단 말이오. 참으로 신기하오. 이 세상에 무언가가 없는 게 아니라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오. 지구에는 왜 그렇게 다양한 종자들이 있는지 모르겠소. 미생물에서 시작해서 고등동물까지, 이끼류로부터 시작해서 모과에 이르기까지 지구에는 무엇인가가 무궁무진하오. 내가 도사 연 하면서 한 마디 하겠소. 내 눈앞에 놓인 이 무과를 바라보면서 하루 종일이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소. 이 모과에 대해서만 A4 용지로 10장은 쓸 수 있을 것 같소. 아니 하루 종일이라도 모과에 대해서 무언가를 쓸 수 있을 같은 기분이오. 저 색깔 하며, 저 모양 하며, 저것의 출처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거요. 모과는 우주 자체요. (2010년 11월10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