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한 의미에서 진화는 창조 자체와 관계없다. 오히려 그것은 ‘만듦’과 ‘창조’의 배열과 관계된다. 창조한다는 것과 만든다는 것은 서로 혼동되어서는 안 될 성서적으로 상이한 개념들이다. 창조는 현존 일반의 기적을 의미한다. 창조 행위는 단 하나의 신적인 순간에 있는, 그 자체 속에서 시간으로 연장되어 있고 풍요한 형식으로 구분된 현존 전체를 포괄한다. 그러므로 원칙상 창조와 진화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 두 개념은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한다. 이 개념들은 동일한 현실의 상이한 국면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237쪽)

 

     몰트만에 따르면 진화와 창조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오. 이것은 내가 앞에서 몇 번 말한 것이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 않겠소. 현대 신학의 대가도 똑같이 말했다는 것을 그냥 확인하는 것뿐이오. 창조는 이 세계와 생명 현상의 어떤 근원적인 순간을 가리키는 것이고, 진화는 그것의 진행원리를 가리키는 것이오.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의 출현이라고 한다면 진화는 그것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소. 짧은 과정에서는 진화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긴 과정에서는 창조의 힘이 적용되는 것이오. 쉽게 말해서 진화의 방식으로 창조가 진행된다고 보면 되오. 이런 문제를 놓고 교회가 공연히 자연과학자들과 말싸움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오. 진화론을 창조론과 배치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은 창조와 진화 개념을 근본적으로 모른다는 증거라 할 수 있소. 특히 창조를 이미 완료된 것으로 보는 잘못이 거기에 들어 있소. 부질없는 싸움은 그만두고 하나님이 행하시는 창조의 보존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하오.


이마고데이

2011.08.21 22:34:53

몰트만의 책 읽고 싶어지네요. 이번에 잠시 한국에 들리는데, 책을 구해서 읽을까 싶습니다.

목사님은 신학도서뿐만 아니라 과학도서나 인문도서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으셔서 그런지

역시 깊이가 있으시다는 인상을 매번 받습니다.


저는 전공은 사회학이나-실은 요즘 더 근본적인 학문에 관심이 있어서-

생물학, 신경과학쪽도 공부를 하는 중이라 진화라는 개념이 상당히 익숙한 편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 교회에서는 진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더라고요.


창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듯 한데,

제가 이마고데이(로마자에서 한글로 바꿨습니다)라는 닉네임을 쓰는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이 참 모호하면서도 신비스러워서일까요. 

창조라는 건 그냥 뚝딱 만들었다는 개념보다는 훨씬 더 깊은 거 같거든요.

그래서 더 알고 싶은 것이고 바라는 것이고...

이미 다 알면은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이미 멈춰버렸는데...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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