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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1일, 서울여성회관, 저녁 5:30-6:30
오늘 내 서재에서 이상한 일을 경험했어요.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옆으로 옮기다가
입술 크림이 아래로 굴러 떨어지더니
데구르 굴러가더군요.
가다가 멈추겠지 했는데
이상하게 다른 쪽에 놓친 책상 밑으로 굴러들어갔어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그걸 집으려고 허리를 구부렸는데
이상하게 그 놈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책상을 아예 앞으로 끌어냈는데도 안 보이는군요.
알고 봤더니 책상 아래 4센티 지름 크기의 구멍으로 빠진 겁니다.
내 서재 방바닥이 이층 구조로 되어 있어요.
30센티 높은 바닥에 구멍이 몇 개 나 있습니다.
립 크림이 그곳에 빠질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지요.
일부러 거기에 넣으려고 해도 잘 안 될 것 같은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별거 아닌데 길게 말했군요.
세상의 모든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해도
우연이 수십 번, 아니 그 이상 겹쳐서 일어날 정도로
신기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지요.
세상에 당연한 거는 없다는 거지요.
오늘도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요.
그걸로 무슨 일이 세상에 일어났을지
상상만 해도 까마득합니다.
목사님 립크림은 친절하게
굴러가는 모습까지 보였지만,
저는 돋보기를 사용한지 얼마되지 않다보니
잠시 빼둔 안경이 곧잘 사라집니다.
사방이 블랙홀인 느낌이죠.
간혹 찾는 일을 포기하고 있다보면
마술같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억을 못하는게 구원에 가까이 가는 거라고
너무 많은 기억이 구원을 멀게 한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머잖아 주변의 물건들이, 기억들이
하나 둘 종적을 감추는 일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되겠죠?
그러다 어느날은 세상이 완전히
아득한 시간속으로 통째로 숨어 버리는
그런 날도 오겠죠? ^^
지금의 인류가 나타난것도
수많은 우연의 결과물이고
그 우연성이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는 방법이라니 재밌습니다.
바람이 차가우니 창밖 햇살이 더욱 빛을 발하네요
블랙홀이 빛이다.
오늘의 한 줄 시 입니다^^
목사님 글을 읽으면
몰랐던걸 알게 됐다거나 없던게 생기는게 아니라
안개속을 걷다가 어느 순간
흐릿했던 사물들이 스윽 제모습을 드러내는것 같다고 할까요?
하나님은 하도 커서 닿을 수 없는 분이라
이렇게 생각의 조각들에서 랑데뷰를 일으키나 봅니다.
모든 사라지는게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거고
살아있는 동안은 불안정을 잘 유지하다가
죽음이 죄로부터 완전한 해방인 것처럼,
사람이든 나무든 컵이든 별이든
언젠가 수명을 다한 뒤 먼지처럼 떠돌다
끝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태초이전의 상태가 되는것.
시간이랄것도 없는 그 상태, 그게 뭘까요?
알고보면 모든게 저절로
그렇게 되어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 사순절 묵상을 읽는데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차 맛이 좋아졌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저자의 직강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있는데
여건이 허락치 않아서 들을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래도 일정에 맞춰 열심히 예습도 하고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ㅎㅎ
'인간에 대해'는 지난달에 들은 강의인데 인용해주신 몰트만의 진술이 꽤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안그래도 예습을 할 때 '창조는 완료된 사실이 아니라 되어감을 뜻한다'에 밑줄을 긋고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 창조의 전체 과정 속에 내가 잠시 머물다 간다는 것은
제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자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장엄한 시간의 흐름 속에 현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사태들이 모든 것들이 완성될 종말의 때에는
모든 오해와 의문이 풀려 해피엔딩을 맞는 한 편의 영화처럼 이해되고 웃음질 수 있겠지요?
잠잠히 하나님의 이루심을 고대하며, 기대하며 바라보는 하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