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빨간목

조회 수 802 추천 수 0 2020.12.24 14:49:41
관련링크 :  
날짜를 보니 362일만에 이 곳 사랑채로 다시 돌아왔네요. 코로나상황도 그렇지만, 지난 1년간 여러가지 힘든 일이 겹쳐 마음 고생을 좀 했어요. 다들 안녕하시죠? 정말 오랜만에 고향에 온 느낌, 그러니까 약간은 쑥스럽지만 그래도 역시 편안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 ㅎㅎ 

얼마 전에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있었지요. 요즘 이런 황당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이 곳에선 자주 있습니다. 코로나때문이지요.

워싱턴디시는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에 의해 감싸져 있습니다. 이 세 지역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 대략 2km 쯤 되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요. 이 다리 근처에 근사한 산책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요.

(표현상 속어를 사용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가족과 함께 즐겁게 그 산책로를 걷다가 산책 마칠 때 쯤 되어서, 웃통을 벗은 채로 마스크를 쓴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미국인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례하게 깐족깐족 거리다가 마침내 우리 가족 옆을 지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마스크를 벗더니만 보란듯이 우리 앞에서 일부러 기침을 여러번 하면서 "Chinese Corona" 를 큰소리로 2번 외치더라구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그 미국 '빨간목' 을 향해서 "난 중국사람도 아닐뿐더러 그런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례함을 넘어서 교육을 제대로 못받은 거야" 라고 대꾸했습니다. 그 말은 들은 빨간목이 한 손을 쳐들었는데 아마 그 손의 가운데 손가락이 높이 올라갔던 것 같았어요. 

제 뚜껑이 열리는 순간이었지요. 정말 저 빨간목을 그대로 나두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좀 흥분했습니다.

"너 거기서!"

제가 소리치면서 그 빨간목에게 달려갔습니다. 

흰머리 성성한 늙은 아빠가 걱정되었는지 두 아들이 아빠를 따라 쫒아왔습니다. 전 달려가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열심히 머리로 영작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요... 참 내... 

그 빨간목이 뒤에서 부터 들려오는 급한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빨리 도망가는게 아니겠어요. 정말 죽어라 도망치더라고요. 그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제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저놈 잡아라!"

한 다섯 차례 크게 소리를 질러 댔지요. ㅎㅎㅎ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한적한 산책로였었지요. 대신 그 빨간목을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나살려라 도망가는 그 겁장이 빨간목을 뒤에서 쳐다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장난을 쳤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정의로와 보이는 미국사람에게, 그 빨간목의 인종차별 행태를 이미 폰으로 촬영을 했으니 우린 이것을 경찰에 넘길 것이고 곧 유튜브에 올릴 것이라고 흥분에 찬 어조로 그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 정의로운 미국인은 자기가 자전거를 타고 가니 금방 그 사람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한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했지요. 

그 길이 외길이라 그 겁장이 빨간목은 정의로운 자전거맨에게 결국 따라잡혔을 겁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지요. 

"과연 그 자전거맨이 빨간목에게 우리의 말을 전달했을까 안했을까?" 라고요.

다들 했을거라고 하네요. ㅎㅎㅎ       

모르죠. 어쩜 지금 열심히 유튜브에서 자기의 영상을 찾고 있을지도요. ㅋㅋㅋ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12.24 15:04:26
*.98.139.179

가족연하장드립니다2021 가족연하장.JPG

첨부
profile

[레벨:99]정용섭

2020.12.24 19:36:08
*.137.91.228

하하 곱상하게 보이는 예베슈 님보다도 듬직한 두 아들 보고 줄행랑을 친 거 같습니다.

세 남매를 둔 예베슈 부부가 부럽네요.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가족 연하장을 보니 저도 가족 사진을 한장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하장을 만들 실력은 안 되고 그냥 옛날 사진을 다시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drosselgasse.jpg

2000년 8월30일입니다. 최근에는 가족 사진이라는 게 없고 해서 오래전 사진을 올립니다. 저기는 라인강변 포도주 마을인 뤼데스하임의 '드로셀가세'입니다. 드로셀가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몰길이라고 자화자찬합니다. '가세'가 골목이라는 독일어 단어에요. 제가 40대 후반이니 지금 보면 새파랄 때죠. 큰딸은 고1, 작은딸은 초4입니다. 너무 순해보여서 아래는 무섭게 보이는 다른 사진으로 올립니다. 

firenze.jpg

2000년 10월6일 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르네상스 발생지인 '피렌체'입니다. 저의 오른쪽 어깨 뒤로 두오모 성당 건물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휙 지나갔습니다. 

다비아 회원 모든 분들에게도 즐거운 성탄을 맞으시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첨부
profile

[레벨:9]예베슈

2020.12.27 18:11:15
*.98.139.179

첫번째 사진에서 그 골목길의 왼편은 언뜻보면 한국의 골목길과 많이 비슷하네요. 길 위에는 단단한 돌멩이로 타일처럼 촘촘히 깔아 놓았어요. 미국에서도 독일계 이민자가 대대로 사는 지역은 다니는 길을 사진처럼 해 놓았더라구요. 그래서 그 길로 차를 자주 몰고 다니면 타이어에 빵구가 나기 쉽다고 말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른편은 빵집같아 보이는 'BAGHETTE~' 라는 간판이 보여요. 불현듯 맥주, 소세지, 독일빵 같은 상징적인 독일 음식이 입에서 확 땅깁니다. 아 그리고 사모님이 대단한 미인이세요. 두 따님은 사모님을 더 닮은 듯 하고요. 목사님과 사모님 두분 정말 미남미녀 이십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유명한 피렌체이군요. 전 아직 유럽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유명지 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가보고 싶네요. 가족들을 데리고 유럽을 일주하는 계획을 심도있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profile

[레벨:26]캔디

2021.01.04 08:12:32
*.72.247.97

글은 처음 올려주신 날 읽었고 댓글은 이제야 쓰네요 ㅎㅎ


지난한해를 어렵게 보내셨다고요?

쑥스럽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셨다니 환영합니다.


사진속 가족들의 인상이 모두들 순둥순둥합니다. ㅎㅎ  

그러니 빨간목이 무례한 행동을 하다가 당황해서 도망갔겠지요.

부인께서 엄청 예쁘시네요. ㅎㅎㅎ

 

profile

[레벨:9]예베슈

2021.01.20 14:00:01
*.98.139.179

캔디님! 안녕하셨어요?
한국은 계속 강추위와 폭설 소식이 있던데... 건강하시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11 신간, 수난을 넘어서: 예수의 죽음과 삶 새로 보기, ... file [레벨:14]흰구름 2021-02-22 63
7710 동시성(synchronocity), 神, 그리고 사랑 [3] [레벨:28]첫날처럼 2021-02-07 292
7709 독일 거주하시는 다비안 찾습니다. [레벨:23]은빛그림자 2021-02-05 166
7708 오늘날의 한국교회를 보면서 [1] [레벨:19]브니엘남 2021-02-01 205
7707 빛과 물리학 6부작 [12] [레벨:99]정용섭 2021-01-30 513
7706 이렇게 빠져서 어디에 이를까? [1] [레벨:19]브니엘남 2021-01-27 223
7705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읽고 [2] [레벨:17]카르디아 2021-01-23 268
7704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읽고 [2] [레벨:21]주안 2021-01-22 265
7703 추천 유튜브 파일 [7] [레벨:99]정용섭 2021-01-21 502
7702 하늘이 열리고 [1] [레벨:19]브니엘남 2021-01-20 180
7701 "흔들리지 않는 나라" 독서 소회... [2] [레벨:12]하늘연어 2021-01-19 224
7700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읽고 - [1] [레벨:6]kgb 2021-01-17 260
7699 2021년은 전혀 얘기치 않은 일로 시작되었다. [3] [레벨:25]최용우 2021-01-16 303
7698 파일, 이미지 첨부 안내 [레벨:24]임마누엘 2021-01-15 256
7697 춤추며 사는 세상을 기다리며 file [2] [레벨:38]새하늘 2021-01-09 346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