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동굴속의 독백

Views 1242 Votes 0 2011.02.02 16: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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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의 독백

리영희 나남출판사

 

설 연휴의 첫날이다. 황금 같은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현대인의 생활이 거의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개인적 시간을 가지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 오후나 이렇게 연휴가 있는 날이 많이 기다려진다. 오늘따라 날씨도 많이 풀려서 기분이 좋은 날이다.

 

<동굴 속의 독백>은 리영희 선생님의 고희를 기념하는 선집으로 30년에 걸친 그의 글 중에서 비교적 부드럽고 짧은 일상적인 글들을 추려서 쓴 책이라고 합니다.

일상적인 글들이라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 눈에는 일상적이지 않은 삶의 무게와 현실의 인식, 학자다운 깊은 안목으로 우리를 둘러싼 가정, 이웃, 사회, 국가, 일류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 사상이 담긴 따듯한 글들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자신의 삶을 많이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30대 중반에 넘어서면서 내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 현실 및 역사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내 삶의 작은 분기점은 2권의 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네요.

그것은 ‘스콧니어링 자서전과 문인환평전’을 통해 개인적 시야를 넘어서 더 큰 세계로 인도해 준 하나의 등불이었던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으르지 않고 꾸준히 삶에 대한 내용을 찾아가도 보니 책을 통해 길을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이 두 권의 책 못지않게 작년에 타계한 리영희 선생님의 책들을 접하면서 말할 수 없는 내면적 흥분과 우리 근대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죽어서 이름을 남긴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글을 읽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에 (한 지식의 생애와 사상) 대화, 리영희 평전, 그리고 동굴 속의 독백 3권을 책을 읽었고, 한길사에서 새롭게 그의 글들을 전집으로 출판한 책들을 구입해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있습니다.

 

왜 그를 “사상의 은사” “의식화의 원흉” 이라고 호칭으로 불리는지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일제 강점 말기에서 행방전후, 6.25전쟁, 군사독재정권, 그 모든 현대사의 최전방에서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펜으로 우상의 실체들을 드러내며 온갖 탄압과 억압 속에서도 한송이 연꽃으로 우리 사회의 등불의 역할을 했다.

 

그가 존경하는 노신의 글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빛도 공기도 들어오지 않는 단단한 방속에 갇혀서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벽에 구멍을 뚫어 밝은 빛과 맑은 공기를 넣어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를 궁리하면서 고민하는 사람의 심정으로 글을 썼다.”

밀폐된 방안의 사람들은 지배 권력과 체제의 마술에 걸려 감각과 의식이 마비되어 있는 까닭에 그 상태를 고통으로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스런 상태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의식이 마비되어 죽어가고 있는 그런 상태의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는 시력과, 생각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되살려 주는 것은 차라리 그들에게 죄악일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p191

 

진리와 진실은 그렇게 고통을 수반하는 것일까? 자기 자신을 바로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개구리도 미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열을 가하며 거기서 나올 생각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어떤 체제와 이념에 고정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의 문은 하나의 고통일 것 같다.

 

역사가 힘을 가진 자의 억압과 무력과 폭력에 의해 퇴보하는 것 같지만, 그 어둠속의 한줄기 빛이 우상의 거짓의 실체의 벗겨내고 그들의 만행이 온 천하에 드러나는 신비를 보게 된다.

 

지금까지 철없이 살아온 나에게 리영희 선생님의 글은 이제 철이 들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려온다. 부끄러움과 밝은 빛이 조금씩 들어오는 것 같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래서 봄이 더 기다려지나 보다.

오늘의 내 자신의 자리에서 나의 길을 걸어가야 겠다.

 

2011년 2월2일 작은 설날.... 한껏 여유를 부리며...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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