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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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가난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땐 선뜻 그 말에 동의하기를 주저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난하여 마음 아팠던 적이 많았기에 그랬습니다.
둘째 딸아이를 여섯살이나 되었는데도 유치원에 보낼 수 없었을 때,
큰아이, 둘째아이 모두 악기를 좋아하고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는데도 피아노 학원만 겨우 보내야 했을 때,
둘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미술학원 좀 보내달라고 애원을 하는데도 보낼 수 없었을 때,
큰 아이가 비싼 등록금 때문에 가까운 곳의 자사고를 놔두고
재단의 지원으로 일반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는 멀리 떨어진 자사고에 원서를 내야 했을 때,
엄마인 나도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해 너무나 서러웠는데
그 아픔을 내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단 사실이 가끔은 많이 서글펐습니다.
허나 그 때마다 더 가난한 가정,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불평의 마음을 가질 수 없어 매순간 이만하면 감사하고 행복하다 여겨왔습니다.
그렇다고 가난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말에는 백프로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저희 아이들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게 아닐까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그 아이들이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온 것들을 저희 아이들은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여기며 참아내야 했는데....
그렇게 부족하게 키웠더니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큰 감동을 합니다.
스키장이 가까워 스키 한 번 타보지 않은 아이들이 손에 꼽을 정도인 이곳에서
그 손에 꼽히는 아이에 들어가는 저희 아이들은
그 흔한 눈썰매장도 가족과 함께 간 적은 이번 겨울방학이 처음입니다.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그걸 보는 저는 가슴 한 켠이 조금 아렸습니다.
둘째 아이가 컵젤리를 유난히 좋아하는데 한 번은 평소 사주던 800원 짜리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된 1300원짜리 젤리를 사가지고 갔더니
비명을 지르며 좋아합니다.
연신 "사랑하는 엄마, 감사해요~^^" 하며 뽀뽀를 합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학교 선생님이 가져오신 3분 팝콘을 보고 놀라워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런 팝콘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 시대 사람이냐며 모두 깔깔거립니다.
하나 남은 팝콘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라셔서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지금도 열심히 잘 해주고 있어서 고마워.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분발하자. 너희들이 열심히 공부할 때마다
엄만 너희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사랑을 먹여줄게~^^"
"오늘은 맛있는 음식, 뭘 줄 건데요?"
"ㅎㅎㅎ 기대하시라. 엄마가 아주아주 신기한 걸 가지고 왔단다."
"뭔데요? 뭔데요?"
"짜잔~~"
"응?~ 이게 뭐예요? 먹는 거예요?"
"하하~ 너희들도 처음 봤지?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은 이게 뭔 줄 다 아시더라~"
"이게 뭔데요? 버터 냄새가 나네~"
"자~ 이걸 전자렌지에 넣고 3분을 돌리면 너희들이 아주 좋아하는 간식이 된단다~ 음하하~"
"마술이예요?"
"ㅋ ㅋ 그래~ 마술이야~^^"
잠시 후 두 녀석은 전자렌지에서 떨어지라는 엄마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와~ 소리를 연발하며 톡톡 튀는 소리가 나는 팝콘을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유아가 아닌 초6, 고1입니다^^)
꺼내서 따끈따끈, 고소한 팝콘을 먹는데...
얼마나 행복한 표정들을 짓는지...
"앙~~ 사랑하는 엄마~~ 엉엉~ 너무너무 사랑해요~ 엉엉~"
팝콘 하나로 이렇게들 행복해하는 우리 집 두 녀석,
너무 예쁘다고 하면 팔불출이 되는 건가요? ^^;
이렇게 작은 일에 감동하며 감사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니,
이젠 가난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에 기꺼이 동의하며
가난한 날의 행복한 엄마로 살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민꽃소리님.
꼭 저희 아이들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놀랬습니다.
봄방학하고 아이들 생활통지표를 받아보니
둘째 아이 담임선생님 총평을 보니 다음과 같더군요.
"우리 반에서 가장 웃음이 많은 아이입니다. 착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돋보이며,
학년초에 비하여 가장 발전을 했다고 생각듭니다....중략..."
둘째 아이가 소심하고 학교 생활에 별로 재미를 못 느겼는데
2학기 들어 눈에 달라 보이게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형으로 생활하더군요.
그래도 자기반 9명 중 7등 정도 합답니다.
조금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뛰어놀고
장난치고 먹는 것에 목숨거는 아이입니다.ㅎㅎ
아이들에게 다른 것은 못해 줘도
열심히 뛰어 놀게 해주고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안받게 해 주는 것이
저희 부모의 역할입니다.ㅎ
아이들은 스스로 때가 되면
알아서 공부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옆에서 지켜봐주고 인내하면서
같이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들도 남들처럼 많은 것 해주 못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날씨가 많이 풀렸네요.
겨우내 논에서 뛰어놀고 지내더니
다시 봄방학하고 엄마 아빠 없어도 잘 노는 아이로 만들어 놓앗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