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게으를 수 있는 용기

Views 2449 Votes 0 2013.08.31 11: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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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왠일인가? 그토록 무덥든 습한 열기와 뜨거운 기온은 오간데 없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와 닿을 때 그 감미로움은 온 몸의 세포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듯 행복해 하는 것 같습니다. 실감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을이 왔네요. 어쩜 가장 무더위가 기성을 부릴 때 그때 이미 가을은 벌써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젠 들판과 산에는 한여름이 뿜어내는 열기가운데 무럭무럭 자란 곡식과 열매들이 어느덧 제 모양과 빛깔 그리고 먹음직한 크기로 자라서 그 신비함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하느님의 큰 은총임에 틀림없습니다.

 

지난여름을 보내면서 저희 지리산 계곡에 수많은 피서객들이 찾아와 쉼과 여유를 즐기다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부쩍 이든 계곡이 원래 주인만 남아 그 정겨움이 다소 쓸쓸해 보이고 하지만 한 번 큰 비가 와서 인간이 남긴 흔적을 한 번쯤 청소를 해 주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현대의 생산 발전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쪽 사람들에겐 과도한 노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굶주림을 주는 방식으로 선택해 왔으며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과도한 노동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간은 어리석다고” 비판한 버트런트 러셀의 말에 깊은 공감을 가지고 됩니다. 과학과 기계문명이 주는 대량생산과 유통을 통해 인간의 삶은 더 자유와 여유로움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문명 이전의 삶보다 우리의 삶은 더 많은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휴가기간도 아주 짧고 그 기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니 모든 소비 행위가 집중되어지면 그 휴가도 아주 수동적인 즐거움의 휴가가 될 뿐입니다. 과도한 노동으로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 사람들이 휴가기간 동안 뭔가 가족과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능동적으로 아이들과 뭔가를 만들어 보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게으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쩜 게으를 수 있는 사람들이 비범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죠.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을 쓴 러셀의 책에 이런 비유가 있더군요.

[하루 8시간 일해서 그들이 필요한 만큼 핀을 만들고 있다 가정하고, 그때 같은 인원으로 두 배의 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세계에선 핀을 두 배씩이나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이미 핀 값이 너무 떨어져서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 팔 수 없을 것이다. 이때 지각 있는 사람들이면 핀 생산에 관계하는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조정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두 종전처럼 굴러 갈 것이다] 아주 단순한 비유이지만 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계의 도움으로 같은 인원으로 노동 시간이 4시간이나 줄어들 수 있고 그 시간으로 창조적인 다른 일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오히려 어리석은 길로 선택했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계문명으로 한쪽은 더 많은 노동으로 내 몰리고, 다른 한쪽은 실업과 굶주림으로 대공황을 맞이하고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모두가 파멸하는 길로 인류는 지금도 그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질주 하는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사람이 가장 미숙한 존재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대자연의 동물들은 어린 새끼들은 불과 며칠 만에 스스로 누구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일어서 삶을 헤쳐 나가는데 오직 사람은 걷는데 1년 이상 그리고 한 사람이 독립하는데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참, 어쩌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미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곡식들이 영글어 가는 가을, 성숙이 무엇인지 생각할 계절인 것 같기도 합니다.

백 마디 말보다 골방에 들어가 내 삶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라는 김현승의 시를 한 번 읽어 봐야 겠습니다.

 

2013.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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