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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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마당가에 피어있는 들꽃입니다. 냄새를 맡아보니 한약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아마 약초로 쓰이는 꽃 아닌가 싶습니다
.
추석을 미리 앞당겨 지난 토요일과 주일 이틀동안 고향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형제들 모두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 두 분이 지난 2 년여 동안 번갈아가며 수술을 받으시는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셨는데 그 험한 시간이 잘 넘어가 마음이 놓여 그런지
이제 제법 나이가 든 형제들이 실없는 농담에도
아이들처럼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고 떠들었습니다.
토요일 저녁나절, 가실 분들은 가고 저와 딸과 둘째 시누만 남았네요.
어쩌다 아이 고모 발톱에 칠히진 메니큐어가 예쁘다고 했더니
고모가 갑자기 메니큐어 사러 나가자고 하시는 거예요.
어두워질텐데,,하며 서로 망설이다 읍내로 갔습니다.
한 시간을 이집 저집 돌며 이게 예쁘니 저게 예쁘니 하며
대여섯 개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턴 어머니까지 합세하여
난리가 난듯, 또 별거 아닌거 가지고 뒤로 넘어갈 듯 웃고 떠들며
손톱에 발톱에 서로 칠해주고 지우고 다시 칠하면서 놀았습니다.
실컷 떠들고 늦게야 잠이 들었고 다음 날 버스타고 내려오는 데
딸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할아버지도 용돈 주셨어.
-그래? 할머니가 주셨다고 하지.
-그랬는데 할아버지가 다음에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년엔 줄 수 없을지도 몰라,
하면서 주셨어.
- ......
어떻게 우리가 그토록 즐거울수 있었는지.,
휴~하는 마음, 고통스런 위기가 지나 홀가분해진 마음.
그런데 정작 그동안의 고통은 우리가 겪은 게 아니라
부모님 두 분 각자가 고스란히 겪은 거였습니다.
이틀동안 팔순이 지난 아버님의 얼굴은 제가 뵌 모습 중 가장 평온한 모습이었고
말씀도 없이 뒤쪽에 앉아 우리들의 수다를 듣고만 계셨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으면 그런 말씀을 누구도 아닌
손녀한테 하셨을까요. 생이 생에게 건네듯.
아버님과 좀 더 대화좀 하고 올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니, 우리가 철없이 짓떠드는 걸 보고 흐뭇해하신 게 나았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부모님의 남은 생이 평화롭기만을 기도합니다.
곧 추석이네요. 환한 보름달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편안해네요.
이 깊은 밤에 원당도 환히 밝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달을 실컷 봐두어야겠습니다.
좋은 추석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