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날.
아니, 476명이 세월호에 의해 침몰당한 날.
그 중 295명이 사망하고,
1년이 지난 오늘까지 9명이 세월호에 갇혀 있는 날.
온 국민이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가슴을 찢고 통곡한 날.
하늘과 땅, 바다가 슬피 운 날.
나라의 온갖 부조리가 만 천하에 폭로된 날.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실체를 드러낸 날.
4월 16일은 대한민국의 국치일(國恥日)이다.
정부, 국회, 사법부를 비롯해 기업과 학교,
그리고 모든 어른들이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향해 석고대죄(席藁待罪) 해야 하는 날이다.
나라의 미래를 새롭게 열라는 명령을 부여받은 날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석고대죄도 없었고,
진실 규명도 없었고,
나라의 미래를 새롭게 기획하는 일도 없었다.
정치적인 분열과 갈등만 반복하며 증폭했을 뿐.
유가족들의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주었을 뿐.
보상을 얘기했을 뿐.
여전히 경제, 경제, 경제, 오직 경제만 되뇌었을 뿐.
유가족 두 분의 이야기가 유독 아프게 다가온다.
“어떻게 진상규명할지 얘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나같이 다 하는 얘기는 추모와 기억뿐이다.”(김성실/고 김동혁 학생 어머니)
“아이를 잃은 부모로서 우리가 바라는 건 진실 규명뿐”(김정해/고 안주현 학생 어머니)
정부는 왜, 왜, 왜 이들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박근혜 정부는 혹 무뇌(無腦) 정부 아닌가?
인간의 마음과 영혼이 없는 무심(無心) 정부 아닌가?
국치 1주년을 맞는 날,
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나는 대통령은 애국자인가 무뇌인인가?
세월호 1주기를 맞는 날 아침,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슬프다.
대통령과 대한민국, 그리고 내가.
박근혜는 총칼들도 대통령 된 사람이 아닙니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박정희 망령의 통치를 받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못난 국민이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선택은 국민이 하지만 그 선택에 따른 결과 역시 우리 책임입니다.
노무현 같은 분을 주류가 아니라고 대놓고 홀대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우리가 짊어져야할 죄값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합니다.
오늘 날의 컨텍스트에 주께서 어떤
텍스트를 담아 주실지는 후대에나 알 수 있겠지요.
60년대 처자들의 로망이 필리핀으로 시집가는 것이었는데
필리필이 이리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우리도 그리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더 슬픕니다.
슬픔과 아픔과 안타까움, 그리고 답답함 속에서 목사님 글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무슨 말을,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먹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