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9. 북산을 걷다


북산 최완택 목사님의 1주기 추모 산행으로 지리산을 걸었다.

북산을 따르던 사람들 18명이 전국에서 남원으로 모여 목사님이 좋아하시던 지리산 구간을 걸었다.

정령치- 만복대-고리봉 -성삼재로 내려와 구례에서 1박 하고 화엄사를 들렸다.


북산이 좋아하시던 코스를 걷고,

자주 가시던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하룻밤을 함께 묵으며 저마다 가지고 있는 북산 목사님과의 추억담을 술회했다.

밤중에 구례 근처에 사시는 북산의 신학교 친구 분인 한성수 목사님도 모시고 재미나고 귀한 얘기도 들었다.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모인 분들이 주로 감리교 목사님들이었는데

하나같이 힘도 없도 돈도 없는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다. 이들은 작금의 한국교회에 깊이 절망하고 있었다.

2008년 예수살기 모임을 발족해서

예수믿기에서 이제는 예수살기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주로 가난한 교회목사님들과 성도들인데  연대하여

 이 땅의 노동현장에,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등등에 뛰어들어 예수살기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북산 목사님이 살아 생전, 구로동 한모퉁이에서

 외롭게 날리신 민들레 편지가 홀씨가 되어 이렇게  꽃을 피우고

 또다시 소리 없이 홀씨를 퍼트리고 있었다. 


정령치에서 만복대로 이어지는 2킬로의 길을 걸으며 북산의 자유혼을 생각했다.  

그 분이 그토록 추구하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훨훨 자유혼이 되어 이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계실까.

누군가 산길을 걸으며 유독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사님 보고 계시죠?"

목사님이 이 광경을 보신다면 어떤 표정이실까.

" 내 이름 팔아 잘들 놀구 있구먼..!"

틀림없이 예의 그 짓꿎은 멘트를 날리며 흐믓한 미소를 지으실 것 같다.


만복대에 오르니 능선들이 쫘악 펼쳐진다. 반야봉에서 오른쪽 노고단.

멀리 천황봉까지..장엄한 자리산의 등줄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서 내가 없어지면 여기로 와보라..'고 하셨다는데

 과연 만복대에서 북산은 깊은 하느님의 품을 만나셨을지도 모른다. 

산을 걷다보니 더욱 목사님이 그리워진다.


한 창 목이 마르던 시절, 나는 북산 최완택 목사님을 알게 되었고 화요성서공부에 참석했다.

첨엔 뚝배기 같은 인상에 놀랐지만 곧 정을 담뿍 가지신 분임을 알았다. 독설을 거침없이 날리고

헛소리하면 왼주먹을 호기롭게 날리셔서 아는 사람들은 북산 왼쪽에 앉는 걸 꺼려했다.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 대해주시고.. 허위와 가식을 지독히도 싫어하신 분...

그래서 제도권 속에서 번듯한 목회자로 살지않고 야인처럼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신 분..

산을 그토록이나 좋아하셔서 2주에 한번 정기 산행을 가셨는데 그때마다 동행자들을 찾으셨다.

나도 목사님을 따라 서너번 산행을 했고 열흘간의 독일 여행도 함께했다.

영국으로 떠날 때인가, 목사님은 나에게 공동번역성서를 선물해 주셨는데

그 속에 "사람아, 너 하느님의 사람아 (딤전 6:11)" 이렇게 써주셨다 .

 타국생활에서 외로울 때 나는 목사님을 생각했고

그 성경을 읽으며 내가 '하느님의 사람'임을 잊지 않으려 했다.

목사님은 카사노바 같은 분이셨다.목사님을 만난 이들은 모두 다

자기가 유독 더 사랑받았다고 생각한 걸 보면.

그 분의 그늘 아래 많은 이들이 찾아와서 쉬고 놀았다. 그리고 그 분이 가신 지금은

그 큰 품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산을 이어 걷고 있다. 모두가 흰머리 휘날리는 나이가 되어.

나도 지금 목사님을 처음 만나던 때의 목사님의 나이를 훌쩍 넘어섰다.,

그 때는 다 이해할 수 없었던 목사님의 마음을  지금은 쬐끔  알 것 같다.

누군가의 가슴에 진정한 그리움으로 남는 사람이라면 그는 인생을 참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목사님을 그리워하는 남은 자들은 북산걷기

 산행을 계속 이어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산행을 다녀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없다.

우리도 하나의 작은 북산이 되어 부지런히 그 길을 걸어야 겠다는.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가 되어 예수의 삶을 산 것 처럼 말이다.


1605759624348.jpg


1605758925404.jpg



1605758920499.jpg



1605758923142.jpg





1605758913913.jpg


1605758911593.jpg



1605758909301.jpg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