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6일 수요일 맑음


아침이면 서쪽으로 난 침실 창문을 열고 침구를 턴다.

그 시간 우리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뒤뜰을 가꾸는 

부지런한 순희언니 내외분과 마주치면 창문 너머로 아침인사를 나누곤 한다.

 농사며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두 분은, 쉬는 날이면

뒷 둔덕의 텃밭이며 언덕을 정성껏 가꾼다. 그것도 아주 단정하고 이쁘게.


오늘은 순희언니 부부께서 점심을 나가서 먹자고 제안한다.

이장님과 마을 노인회장님 우리부부 순희언니부부 이렇게 6명이

점심을 먹으러 장계로 나갔다.

고기를 먹고 싶었나본데 마침 음식점에 고기가 떨어졌다고 해서

코다리탕을 먹었다.

맛보다는 시골 음식점다운 푸짐함이 있었다.

음식값을 우리가 계산했더니 순희언니 부부는 차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예전 김치공장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다. 이 카페는 6년 전 우리가 오던 해 겨울에 문을 연 곳이다.

그걸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이사짐을 정리하다가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근방에 커피집이 없어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위해 무주 시내까지 갔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야외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봄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나이 지긋한 주인장이 만들어 주는 음료를 마셨다.

남편은 사과주스를, 순희언니는 크림이 듬뿍 얹어진 커피를 

아저씨는 블랙커피를, 이장님과 회장님은 생강차를, 나는 헤이즐럿 라떼를 마셨다.


노인회장님 아내는 다리가 아파 무릅을 수술한 지 일년이 넘었어도 거둥이 불편해 부부동반을 못하셨다.

노인회장님 말에 의하면 전주와 대전에 있는 정형외과를 먹여 살리는 이들이 바로 시골 사람들이란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서 모은 돈을 결국 병원에 가져다 준다고...

무릎이며 어깨며 허리며 손가락 관절이며.. 농사꾼으로 평생 살아온 이들치고

아프지 않은 이들이 없다고.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오는 길에 순희언니 남편분은 동생 집에 들려 능소화를 캐왔다.

동생은 형 옆에 와서 살겠다고 집을 샀는데 결국 폐암으로 재작년에 세상을 떴다.

아내 혼자 살 엄두가 나지 않아 팔려고 내놨는데 아직 새 주인을 못 찾은 모양이다. 

주인을 잃은 집은 방치되어 있어 안타깝다.


집에 돌아오니 순희언니 동생 점순씨가 덩쿨장미 묘목을 잔뜩 가져와 나에게도 5그루 준다.

그걸 집 뒤 언덕에 심었다.

우리집 뒤는 군 소유지인 둔덕이 몇 십평 있다. 땅이 좁은 우리는 그 땅 덕을 본다.

닭장도 지었고 밭도 일구고 나무도 심고 올 봄엔 꽃씨도 뿌렸다.

우리집 뒤 참문으로 훤히 내다 보여서 전망 때문에도 방치할 수가 없다. 

잡풀과 돌로 뒤엉켜 있던 둔덕을 조금씩 다듬고 가꾸어 나가는 중이다.


그저께는 산에서 아기 소나무 5그루를 캐다 심었고

오늘은 덩쿨장미 묘목을 5그루 심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식목일이었다.

물을 흠뻑 주고 잘 자라라고 마음으로 얘기했다.

처음엔 아주 엉망이던 둔덕이 

내 손길로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도 재미있다.

언젠가 빨간 덩쿨장미로 저 흉한 시멘트 벽이 가려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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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축대 위부터는 군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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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멘트 벽을 장미덩쿨로 가릴 야무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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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평탄하게 만든 땅에 꽃씨를 뿌렸다.  매실나무와 대추나무도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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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소나무가 굵게 자라 가지를 뻗을 무렵이면 나는 아주 늙었거나 이 세상에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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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쿨장미 묘목

언덕에 덩쿨장미가 흐드러질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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