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라 몸 한 쪽에 팥알 만한 혹이 생긴 걸 발견했다.
혹시 암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진안의 동물 병원에 데려갔다.
자동차로 30분 가야 하지만 이 지역의 유일한 동물 병원이다.
밖에서 키우던 보라를 욕조에서 목욕을 씻겨 차에 태웠다.
( 나중에 개 비린내와 털을 제거하느라를 애를 먹었다.ㅠㅠ)
차에 탄 보라는
다리에 힘을 주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걸 보니 잔뜩 긴장한 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라가 차를 탄 것은 단 두번이다.
8년 전 데려올 때와 지금.
무슨 일일까... 불안할텐데도 얌전히 밖을 내다보는 게 기특하다.
뭔가 불안하긴 해도 주인을 무한 신뢰하는 듯한 순한 눈빛이다.
저 눈빛 때문이다. 첨 봤을 때 많은 새끼들 속에서 보라에게 끌렸던 게.
병원에 도착하니 수의사가 마침 출장 중이다. 조금 기다리니 수의사가 왔다.
수의사가 안으로 이끌자 버티던 보라는
내가 '괜찮아 보라야~!'하고 끌고 들어가니 순순히 들어간다.
아이고 이쁜 놈....!
혹은 다행히도 암은 아니란다. 지켜보다가 커지면 수술하자고 했다.
그날 당장 수술을 할 수도 있는데 사료를 먹고 왔다면 곤란하단다.
마취를 하면 구토를 하는데 자칫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위험하단다. 금식을 시켜 오란다.
온 김에, 오른 쪽 앞다리 관절에 동전 크기만하게 털이 빠진 걸 보여주었더니 피부병이란다.
오래 동안 그쪽에 털이 빠져 있었지만 바닥에 닿는 부분이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다 옆집 송이의 무서운 피부병을 보곤 겁이 나서 물어보았던 것인데 물어보길 잘했다.
잘 낫지 않는 피부병이란다. 주사 한 대와 2주 치 가루약과 연고 한 통을 받아왔다.
진료비는 7만 5천원.
의료보험이 안되 사람보다 비싸다.
가루약은 두유에 타서 먹인다.
보라는 약이 들은 줄도 모르고 두유를 아주 반기고 맛있게 먹는다.
꾸준히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였더니 털 빠진 부분이 조금 줄어 들은 것 같다.
차도가 있어 보인다
약이 떨어져 이번에는 3주 분을 받아왔다.
어제 남편은 보라 집 문에 비료푸대 비닐을 잘라 발을 쳐 주었다. 바람막이 용이다.
보라는 만 8세이다. 이제 우리와 같이 늙어간다.
오늘도 우리가 장작을 패는데 와서 친밀함을 드러낸다.
꼬리를 치고 입을 맞추려고 주둥이를 한사코 내 얼굴에 들이댄다.
우리에겐 더없이 착하고 순하고 영리한 보라...보라를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
이제 보라는 우리에게 특별하다.
보라 없는 마당은 상상만해도 허전하다.
부디 보라가 큰 병 없이 우리와 같이 노후를 보내길 바란다.
의젓한 보라가 벌써 중년 나이에 접어들었군요.
웃겨님 부부가 보라와 절친으로 보내는 걸 보니
여기까지 따뜻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복된 대림절 둘째 주일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