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린 날, 우리집에 경사가 났다.

이른 새벽부터 꽁이가 새끼 네마리를 낳은 것이다.


꽁이가 새끼를 밴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어제 저녁 늦게야 알았다. 아니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남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꽁이가 새끼를 가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배도 부른 것 같고 젖이  부풀어 있는 게 아닌가!.

꽁이 배를 보면서도 나는 꽁이가 밥을 많이 먹었나보다 생각했지 새끼를 가졌으리란 것은 상상도 못했다.

저 작은 뱃속에 어찌 네마리나 들어있었나 싶다.. 물론 큰 쥐새끼 정도로 강아지들이 작긴 하지만..

놀래 자빠질 일이다.


지난 여름 밤중에 한동안  아랫마을 못생긴 발발이가 뻔질나게  들락거리길레 주인을 알아내 묶어 달라고 했었다.

그때 꽁이가 한사코 짖어대더니만 우려하던 사고를 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새끼 네마리를 낳은 꽁이를 보니

어리다고만 생각한 십대 딸이 불현 미혼모가 되어 아기를 안고 나타난 것을 보는 부모심정 비스므레 한 마음이었다.

우리 꽁이를 범한 족보도 모르는 동네 발발이 녀석이 은근 괘씸하기도 하고,

 새끼를 가진 줄도 모르고 꽁이를 홀대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보라의 기세에 눌려 지내고..

하는  짓이 촐싹대서 의젓한 보라민큼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덜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꽁이가 언니를 제치고 사고를 친 것이다.


졸지에  이모가 된 보라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간파했는지 용을 쓰는 꽁이에게

 같이 쓰던 방을 비워주고 새벽부터  밖에 나와 있다. 

 꽁이가 새끼들을 보듬고 집을 독점하고 있기  떄문이다.

새벽 댓바람부터  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싶은 눈치다.ㅋㅋ


천방지축 꽁이가 어미 노릇을 하는 걸 보면서  새삼 모성의 위대함 확인한다.

하루종일 꼼짝 않고 들어 앉아

품으로 파고드는 새끼를 다리를 벌려 다 보듬는  것이다.


아침부터 나는 북어를 넣고 끓인 미역국을 열심히 대령하고 

남편은 인철씨를 도와 새 개집을 만드느라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이번에 짓는 집은 스치로폼이 들어간 판넬 집이다.

꽁이 덕분에 보라까지 미역국에 쌀밥으로 포식을 한다.

해산하느라 수고한 꽁이에게 아무래도 닭을 잡아먹여야 될 것 같은데.... 고민이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몸을 푼 꽁이 수발 들랴, 개집 짓는 장정들 밥시중하랴, 하루가 고단했다.

 모처럼 휴일이라 늘어지게 쉬어보려던 계획이 무산됬지만 

뜻밖에도 새 생명이 네 마리나 태어났으니 경사가 아니겠는가.

하루종일 들락거리면서 문득 우리가 사는 것이

재미난 놀이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 소꿉놀이는... 꼬물거리는 강아지가 탄생하고, 어미에게 먹이를 주고

또 남편은 옆집 친구랑 새 개집을 짓고....,  좀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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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거리는 새끼 네마리가 엄마 품을 찾고 있다,

 철부지에서 갑자기 의젓한 어미로 변신한 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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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짓기.

고구마를 가져다 주려고 온 구택씨까지 거들고 있는 중


1538654005598.jpg새 집으로 분가한 꽁이와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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