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08- 독한사전

조회 수 755 추천 수 0 2022.03.10 08:48:31

() 008- 독한사전

009.JPG

내 서재 한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조용히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독한사전이다. 지금은 독일어로 된 책을 별로 읽지 않기도 하고 인터넷 사전이 편리해서 저 한독사전을 손에 드는 일이 거의 없다. 한때는 내 손을 떠나지 않던 친구다. 1983년 독일에 갈 때부터 짧은 유학을 끝내고 돌아와서 몇 권 독일어 신학책을 번역할 때도 늘 내 곁을 지켰다. 내 분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손에 들면 무게감이 느껴지고 감촉도 좋다. 다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글자 폰트가 너무 잘아서 이제는 읽으려고 해도 읽을 수가 없다. 안경을 써도 시원치 않다. 저런 글씨를 50대 초반까지만 해도 안경 없이 읽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날을 잡아 화장하듯이 한 장씩 뜯어서 불에 살라야겠다. 잘 가라. 언젠가 나도 따라가마.

009-1.JPG


profile

[레벨:43]웃겨

2022.03.10 19:57:25

언젠가 나도 따라가마.. 마지막 귀절이 슬프네요..^^

저도 화장 시킬 것들을 좀 찾아봐야 겠습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2.03.11 20:03:36

슬프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서두를 필요는 없으나 마음 단단히 먹고

현재 살아있는 동안 자신을 부단히 가볍게 만들면서

그 결정적인 순간을 대면할 수 있도록 준비해봅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5885 물(物) 018- 가위 file 2022-03-24 1035
5884 물(物) 017- 장갑 file 2022-03-23 762
5883 물(物) 016- 안경 file 2022-03-22 955
5882 주간일지 3월20일, 사순절 3주 file 2022-03-21 924
5881 물(物) 015- 손난로 file 2022-03-19 896
5880 물(物) 014- 손수건 file 2022-03-18 473
5879 물(物) 013- 마우스 file 2022-03-17 746
5878 물(物) 012- 아령 file 2022-03-16 954
5877 물(物) 011- 딱지 file 2022-03-15 913
5876 주간일지 2022.3.13, 사순절 2주 file 2022-03-14 1500
5875 물(物) 010- 달걀&그릇 file 2022-03-12 721
5874 물(物) 009- 솔방울 file 2022-03-11 1122
» 물(物) 008- 독한사전 file [2] 2022-03-10 755
5872 물(物) 007- 루터 석고상 file 2022-03-09 1181
5871 물(物) 006- 문손잡이 file 2022-03-08 710
5870 주간일지, 2022년 3월6일, 사순절1주 file 2022-03-07 1133
5869 물(物) 005- 커터칼 file 2022-03-05 718
5868 물(物) 004- 조약돌 file 2022-03-04 870
5867 물(物) 003- 연필 file 2022-03-03 1138
5866 물(物) 002- 성경 file 2022-03-02 1349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