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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19- 폴더폰
저 손전화가 내 손에 들어온 지 아마 10년도 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두세 번 고장이 나서 AS 센터에 다녀왔다. 그 후로 전혀 잔고장이 없다. 가볍다. 가로 11cm, 세로 5cm 크기라서 작은 내 손안에 쏙 들어온다. 가끔 스마트폰으로 바꾸라는 압력을 받곤 했다. 통신료도 잘 선택만 하면 스마트폰이 더 저렴하다고 한다. 그래도 바꾸지 않는 이유는 전화와 문자 외에는 나에게 더 필요한 일이 없다는 사실과 현재 아주 편리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에 있다. 특별한 사정만 생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로는 아예 전화기 없이 사는 게 지혜로울지 모르겠다. 결국은 우리가 다 전화기 없는 세상으로 떠나지 않겠는가. 아직은 필요하니 떨어뜨려서 고장 내지 말고 고이 사용해야겠다. 또 모른다. 이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숨을 거둘지. 어쨌든지 이 친구와 오래 친밀하게 지냈기에 지금은 눈 감고도 이 손전화로 문자를 보낼 수 있지 싶다. 그대, 오래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