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 그들에게 입증하라.

조회 수 2901 추천 수 35 2006.07.11 23:40:52
2006년 7월11일 그들에게 입증하라.

이르시되 삼가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서 네 몸을 제사장에게 보이고 네가 깨끗하게 되었으니 모세가 명한 것을 드려 그들에게 입증하라 하셨더라. (막 1:44)

나병이 치료되었으면 그것으로 예수님이 하실 일은 모두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본문에서는 나병환자가 해결해야 할 사무적인 문제까지 예수님이 직접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모든 난치병이 완전히 치유되었다는 증명을 제사장에게서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예순님이 일일이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은 당연히 그런 절차를 밟아야만 했습니다. 45절 말씀을 미리 본다면 이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웬만큼 말해서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옆에서 일러주어도 새겨듣지 않는 법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나병환자를 의심했다기보다는 병이 나았다는 확신을 갖게 하려는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무언가 확실한 것을 손에 넣어야 믿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만약 제사장의 증명만 받아낼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자기가 완전히 치유되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었겠지요.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이 말씀은 예수님이 그 당시의 종교 체제를 인정하셨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마가복음의 예수행적에 대한 보도를 일단 연대기적으로 어느 정도 정확한 것으로 본다면 지금은 공생애 초기입니다. 초장부터 제사장 계급과 마찰을 빚을 이유는 없습니다. 만약 예수님이 제사장의 허락도 없이 사람들의 난치병을 고치면서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신상에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거죠.
로마서 13장에서 위의 권세에 복종하라는 바울의 입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구절을 인용해서 악한 정부라고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바울의 가르침을 거기까지 끌고 간다는 건 비약이 심합니다. 바울은 복음 전파에 모든 걸 건 사람입니다. 로마 체제가 복음 전파에 도움을 준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는 가능한 대로 로마 정부와 대결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로마의 황제숭배를 그가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위의 권세는 로마 체제를 실제로 감당하는 지방 정부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치안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지요. 바울은 그런 질서유지가 난폭한 유대인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보았던 겁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만 말한다면 악한 정부보다 무질서가 인간 삶을 훨씬 크게 훼손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이라크 상황이 이를 잘 대변해줍니다.
이런 점에서는 마틴 루터의 두왕국론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늘나라에 속하면서 동시에 땅의 나라에 속합니다. 하늘나라의 질서와 땅의 질서는 구별되어야 하지요. 비록 군대가 폭력적인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그리스도인은 땅의 질서를 따르기 위해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땅의 모든 질서를 합리화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 평화 같은 하늘의 질서와 정의, 힘 같은 땅의 질서는 서로 변증법적으로 작용합니다.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야 할 그리스도인은 이런 점에서 늘 영적으로 긴장해야 합니다. 원수 사랑이라는 마음의 자세를 견지할 뿐만 아니라 악한 질서를 제어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루터의 생각을 전한 것뿐입니다.
제사장에게 입증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가 지금 정확하게 해석하기는 힘듭니다. 예수님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으셨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어둠이 극한 시절일수록 뱀처럼 슬기로워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 우리의 믿음이 독단에 빠지지 않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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