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19일

베드로의 울음(10)


닭이 곧 두 번째 울더라 이제 베드로가 예수께서 자기에게 하신 말씀 곧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기억되어 그 일을 생각하고 울었더라.(14:72)


닭이 두 번째 우는 소리를 듣고 베드로도 울었다고 합니다. 닭도 울고 베드로도 울었습니다. 닭의 울음이 물리적인 새벽을 알리는 신호였다고 한다면 베드로의 울음은 양심적인 새벽을 알리는 신호였겠지요. 양쪽 모두 어둠과 비양심의 세계를 떠나서 밝음과 양심의 세계로 나가는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베드로의 울음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었는지 확신은 없습니다. 그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운 것인가요? 그 참회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스승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일까요? 위기에 순간에 스승을 배반한 자신의 그 나약한 모습에 대한 연민일까요?

마가복음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이 기억나서 그것을 생각하고 울었다고 합니다. 기억이 울음의 직접적인 동기였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기억은 신앙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구약성서도 청중들에게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기억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유월절 식탁이 말하려는 핵심도 하나님의 출애굽 사건에 대한 기억입니다. 성찬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구원사건에 대한 기억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배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원초적 기억 행위입니다. 창조와 구원,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기억을 안에 간직합니다.

베드로의 배신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위입니다. 그가 이 뒤에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하던 그 자리에 없었다는 사실을 미뤄보더라도 그의 회심은 큰 무게를 지니는 게 아닐지 모릅니다. 십자가 밑에는 여자들뿐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마지막 대목에서 이름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훗날 교회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총 덕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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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나무

2009.09.21 10:42:44

목사님의 글이 또 한번 귀한 깨달음을 주네요!

역시 목사님... ㅎㅎ

"닭의 울음이 물리적인 새벽을 알리는 신호였다고 한다면 베드로의 울음은 양심적인 새벽을 알리는 신호였다. 양쪽 모두 어둠과 비양심의 세계를 떠나서 밝음과 양심의 세계로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는 말씀에....

감탄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해석은 처음 들어봤거든요!

 

남포교회 박영선 목사님께서 베드로 울음의 의미는....

예수님께 고백했던 그동안의 말 들과, 자신만만했던 모습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에게 자신의 말과 진심을 지킬 '실력'이 없음을 그제야 깨닫고 울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실존이라고 하셨습니다.

인간들도 주님앞에 고백하는 말들이 비록 진실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킬 실력이 없는 것이 우리의 실존임을

기억하라는 말씀으로 기억되는데...

그냥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 목사님의 누가복음 성서연구를 매일 한 편씩 읽어가며 묵상하고 있습니다.

짧은 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존재론적 신비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구요.

복음의 본질에의 천착이 가장 중요하며. 그렇지 않을 때 바리새인과 같은 모습으로 쉽게 전락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며, 교회조직임을 깨닫게 됩니다.

고정관념에, 자기욕망에 속기 쉬운 우리네 마음과 모습을 생각하게 되면서, 많은 종교지도자들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그러한 가운데 한 알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소명과 소망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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