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다

Views 2262 Votes 0 2011.04.08 23:08:01

     그대는 교회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왜 교회에 나가시오? 교회가 없으면 하나님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시오? 한국교회 신자들은 교회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소. 다만 ‘우리’ 교회라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알아두시오. 교회는 근본적으로 하나요. 교회의 단일성은 교부시대부터 가장 중요한 교회의 특징으로 인정받았소.

우리나라 교회의 특징은 분열이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백오십 여개의 교단으로 분리되었다 하오. 같은 개혁주의 신앙을 표방하는 장로교가 백개 가까운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다면 누가 믿겠소. 이런 분열의 씨앗은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되었소. 우리나라에 복음을 들고 온 대개의 선교사들이 미국 교파에서 파송 받은 이들이오. 그들의 신앙은 근본주의에 가깝소. 근본주의의 특징은 자기와 다른 이들을 내치는 것이오. 자신들만 옳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작은 차이도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의 분열을 반복하는 것이오.

     그대는 교회 일치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소. 분열은 마음 아프지만 그게 신앙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이오. 그냥 개교회에서 성실하게 신앙생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이오. 틀린 말은 아니오. 신앙은 개교회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맞소. 그렇게 신앙생활을 해도 불편할 게 하나도 없을 거요. 그러나 그것으로는 교회의 본질에 못 미친다오. 본질과 거리가 생기기 시작하면 결국은 왜곡될 수밖에 없소. 지금 한기총 해체 정국과 맞물려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본질로부터 멀어진 멀어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오.

     이런 일들이 로마가톨릭교회에서는 왜 일어나지 않는지를 보면 실상이 보일 거요. 가톨릭교회는 철저하게 하나의 교회를 추구하고 있소. 교구 중심으로 하나의 교회를 이루오. 말하자면 서울 지역에 있는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서울교구 아래서 하나의 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오. 물론 명동 성당도 있고 혜화동 성당도 있지만 그 성당들이 따로 놀지 않소. 서울교구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공동의 일로 받아들여지오. 서울교구 안에서 가난한 성당과 부한 성당이 따로 있을 수가 없소. 물론 지역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교회의 기본이 흔들릴 정도의 차이는 아니오.

     개신교 신자들은 이 사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소. 그냥 예수 믿고 구원 받으면, 그리고 복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있소. 억지로 납득시킬 수도 없소. 이미 개교회 중심으로 생각이 고정되었기 때문에 전체 교회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말해도 느낌이 오지 않는 거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기에는 이미 때가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것 같소.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형교회가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꽉 막힌 매듭을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어쩌란 말이오. 막장까지 내려가는 수밖에...


profile

유목민

2011.04.09 11:27:27

"우선 대형 교회가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그것은 기적 중에 기적일 것입니다.

그 기적을 희망해봅니다.

질그릇

2011.04.09 15:26:08

본질과 거리가 멀어지면 결국은 왜곡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봅니다.

막장까지 내려가는 수밖에... 라는 말씀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목사님, 원당일기를 보면서 많이 부럽더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것을...

미리미리 준비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곳에 자리하시면 초대해 주실 거죠? ㅎㅎ

기대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2326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7) Apr 28, 2011 1967
2325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6) Apr 27, 2011 1873
2324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5) Apr 26, 2011 1749
2323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4) Apr 25, 2011 1931
2322 고난주간을 보내며(6) [2] Apr 23, 2011 2501
2321 고난주간을 보내며(5) Apr 22, 2011 2185
2320 고난주간을 보내며(4) Apr 21, 2011 2128
2319 고난주간을 보내며(3) Apr 20, 2011 1936
2318 고난주간을 보내며(2) Apr 19, 2011 2150
2317 고난주간을 보내며(1) Apr 18, 2011 2162
2316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3) Apr 16, 2011 1773
2315 원당일기(3) file [2] Apr 15, 2011 2769
2314 원당일기(2) [6] Apr 14, 2011 2335
2313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2) [1] Apr 13, 2011 1928
2312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1) [4] Apr 12, 2011 2233
2311 대형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에게! [1] Apr 11, 2011 2991
2310 김동건 박사의 <현대인을 위한 신학강의> [7] Apr 09, 2011 4782
» 교회는 하나다 [2] Apr 08, 2011 2262
2308 한기총 해체 주장에 부쳐 [8] Apr 07, 2011 2823
2307 원당일기(1) [4] Apr 06, 2011 2296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