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퇴근하다가......

Views 1284 Votes 5 2008.11.06 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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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오늘도 일 한다고 수고 많이 했지요?
저녁때가 되니 날씨가 추워지는 것 같네요.
“예, 바람이 불어서 더 추워요.”
날씨가 추워지니까 감기 안 걸리도록 조심하고
집에 가서 깨끗하게 씻고 맛있는 것 먹고 푹 쉬었다 내일 봐요.
자 마칩시다.
차렷, 경례!
등치 큰 반장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수고 많이 했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한가 봅니다.
경례도 하기 전에 몸은 벌써 출입구를 향하여 뛰어 갈 자세입니다.
시끌벅적 한 소대가 지나가고 나면 끝마무리 확인하고는
저도 우리 친구들이 떠들며 지나간 길을 따라 퇴근이란 걸 합니다.
다른 때는 애들이 버스를 타고 잘 갔나 싶어서
버스정류소를 거쳐 신호등을 따라 길을 건너는데
오늘은 왠지 육교위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육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그런데 웬일!
육교 입구에는 포장마차가 하나 있고
포장마차 옆 도로에는 택시가 한 대 서있고
택시와 포장마차 사이 도로 좁은 공간에 중학생 세 명이 있는데
둘은 서서 있고 한명은 꿇어 앉아 있는데 완전 겁에 질린 모습이고
그 앞에는 까만 옷을 입고 호각을 한번 불었는지 호각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우리 하종이가 있는 것입니다.
겁먹은 학생 폼이 이상해서 가까이 가서 왜 왜 왜 그러냐니까
꿇어앉은 학생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이고 왜 그래, 왜 하니까.
붕어빵 굽던 아주머니가 아줌마, 아줌마 조용하게 나를 부르는 것입니다.
뭔 일이예요.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괜히 저래요.”
"저 아저씨 이상해요." "무서워 죽겠다" 며 아주머니도 완전 겁먹었고
택시 아저씨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때 사 간섭하려는 듯 창문을 내리고 뭐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를 만나고 돌아서니 우리 하종이 눈치 빠르게 슬슬 육교위로 올라갑니다.
재빠르게 뒤따라가며 하종아, 하종아, 불러 봅니다.
돌아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가고 있습니다.
하종아 아까 학생들 왜 그랬는데 자꾸 물으니까
“안 그래도 교통사고 나가지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말을 안 듣고 있어” 하는 걸 보니 학생들이 찻길을 좀 밟았던지
하종이가 보기에는 위험해 보였거나 맘에 들지 않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요즘 학생들이 어른 말도 씹어 먹는 세상인데
순진한 아이들이 걸린 건지 호각 불며 큰소리치니 경찰인줄 알았는지
도망 가지 않고 불쌍하게 꿇어앉은 학생이며 겁먹은 포장마차 아주머니를 생각하니
얼마나 우습 던지요.
우리 하종이는 32세 지적장애 2급인데 평상시에도
자기가 검찰, 형사, 경찰이라고 이야기를 잘 하는데
오늘은 제대로 한건 한 건데 실력 발휘를 못하고
나한테 걸려서 뜻을 펼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출근하다가도 때론 교통정리 한다고 호각을 불기도 하는 모양인데
그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안 믿었더니
정말 때때로 경찰 행세를 하는 모양입니다.
사람이 80평생을 살면서 웃는 시간이 20일 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
웃을 일 없는 팍팍한 세상에 귀한 웃음을 웃게 해준 하종이는 고맙고
잠시나마 겁에 질렸던 학생들과 젊은 아주머님께는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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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08.11.06 22:45:55
*.216.132.150

아침햇살 님,
후후..재미있어요.
한 바탕 웃으셨겠어요.
참 아침 햇살님,
이전한 예배처는 어떠셔요?
참 근사해 보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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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8.11.07 06:52:35
*.78.245.253

그래도 작년 만큼 날씨가 쌀쌀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전 오늘 하루 휴가내었습니다.
집에 감도 따고
벼짚도 끌어 모으고
시간날때 동영상 강의도 듣고..
이래 저래 아침에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궁금하네요.
하종이의 삶처럼
예측불허의 삶을 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주어진 이시간 순간,
영원을 꿈꾸며
한 껏 웃어보면 살아야 겠네요?
웃으면 복이 오려나~~ㅎㅎ

좋은 하루되시기를..

권요안

2008.11.07 10:54:48
*.62.46.52

제가 사는 곳은 서울의 문화촌이라는 곳인데요, 예전에 이곳에 161번 버스 종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무렵 매일 아침 버스 종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분이 계셨습니다. 하종이라는 분 이야기를 들으니 그 때 그 분이 떠오르네요. 중학생이었던 우리에게 그 아저씨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거든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뭐 이런 제목의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오히려 절실합니다. 나와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아이 낳고 키우기, 자연과 더불어 살기, 느끼고 생각하며 살기... 정작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학교는 점점 더 이런 것들과 멀어져 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면...그래서 하종이라는 분이 주는 웃음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고, 모두가 아침햇살 님처럼 고맙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그렇게 기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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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2008.11.07 18:24:14
*.181.112.139

클라라님 잘 지내시죠?
이전한 예배처 정말 좋습니다,
살다보니 남의집을 내집같이
오르락 내리락 사용해도 되고
이런 일이 다 있네요.
공간울림 주인께는 감사하지요.
찬송도 크게 불러도 되고 좋다네요. 누구가.
그래서 더 은혜 감동이랍니다.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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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2008.11.07 18:29:11
*.181.112.139

달팽이님 가족 모두다 잘 계시지요.
감 따고 곶감 만든다고 손이 있는대로 다 쓰이겠네요.
가까우면 내 두손도 빌려드리겠구만 .....
생수회사는 한 여름 성수기 지냈다고 평일에 휴가를 내주나 봐요.
시간은 한 정 되어 있고 할일은 많기도 하네요.
아무튼 즐겁고 알찬 시간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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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2008.11.07 18:39:59
*.181.112.139

권요한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고맙구요.
옳은 말씀 입니다.
요즘도 유치원에서는 자연을 사랑하고 기본 질서를 가르치고
잘하는데 어찌 된건지 커가면 갈 수록 기본 질서도 안지키고
더 잘 못 되어 가는 것 같더군요.
오늘 하종이에게 다시 한번 물어 봤거든요 .
어제 그 학생들 뭐 잘 못했냐니깐
하종이 말로는 찻길에 들어가고 무단 횡단을 했다는데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능이 높고 똑똑한 사람들은 딴 생각을 많이 하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하종이 같은 사람이
기초질서 운운합니다.
구부러진 나무가 동산을 지키고
부족한 아들이 효자라더니
우리 하종이도 말하는 것 보면 엄청 효자거든요.
어쩜 순수한 그 마음은 부러울때가 있어요.
profile

클라라

2008.11.07 23:47:36
*.216.132.150

아참, 정말 아파트에서는 찬송도 크게 못 불렀겠군요.
참 잘 되었어요.
더구나 사모님께서도 마음놓고 반주 해 주시겠군요.
언제 한번 사모님 연주 들으러 가야징..
글구요. 아침 햇살 님,
여름에 건성건성 인사 드리고 와서 무척 아쉽답니다.^^
평안히 지내세요.


profile

아침햇살

2008.11.08 12:08:55
*.181.112.139

클라라님, 4일날 수성아트피아에서
사모님과 성악가가 함께하는 2인 음악회가 있었는데
그때 오셨으면 연주 제대로 감상하는 건데 아쉽군요.
우리는 사모님과 가까이 있다보니 이런 유익한 시간이
보너스로 누릴수도 있더군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요.
그땐 연락해도 될까요 멀어서 .......
잘 지내세요
추워지는데 건강유의하시고요.

권요안

2008.11.09 20:43:45
*.138.4.18

아침햇살 님의 환대 감사합니다.
'구부러진 나무가 동산을 지킨다'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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