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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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회에서 참으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 사무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여느 때처럼 신발을 문 입구에 벗어놓고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제 일을 보았지요.
점심 때가 되어 집에 다녀오려고 나섰는데, 제 신발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강아지가 물어간 것도 아니고 누가 장난을 쳤을까?..
온 교회당을 찾아봤지만 신발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황당하더군요. '그 시간 교회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아, 누군가 들어와서 제 신발을 훔쳐간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큰맘 먹고 사준 신발인데...ㅠㅠ
화가 치밀어 올랐지요! 제 평생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차를 몰아 집에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아내 또한 기가막혀 했지요...
오후에 다시 교회에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쓰레기 봉투를 열어봤더니
그 안에 밑창까지 다 뜯어진 아주 낡은 신발 한 켤레가 들어있었습니다.
걸인(노숙인)이 구걸하러 왔다가 제 신발을 훔쳐 달아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화가 가라앉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얼마나 신발이 필요했으면 구걸하러 왔다가 신발을 훔쳐 달아났을까?..'
갑자기 누군지 모를 그 도둑이 측은해졌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길 기도했습니다.
또 드는 생각!
- '우리는 무엇을 도둑 맞고 살아가는가?.. 또 우리는 무엇을 도둑질하며 살아가는가?..'
셀 수 없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인이, 결코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들을 세상에 도둑 맞고 있으며,
또 도둑질 하지 말아야 할 그릇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훔치고 있으니,
이 죄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신발 도둑으로 우울해진 마음이, 오히려 강림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신발 하나를 훔쳐 달아나는 도둑에게 나머지 하나도 던져주면서 간디 선생님이 그러셨다지요?
하나밖에 남지 않아 이미 내게 필요 없어진 이 신발을 그래도 필요한 이에게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한 대림절의 영성이 저와 다비안들에게 내리길 빕니다!^^
목사님!
신발 도둑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 가정형편이 아주 별로 안좋았습니다. 근데 그때 한참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나이키 프로스펙스같은 메이커신발들을 신고 다녔지요.
그게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근데 그때 정묵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자기집 근처에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이 다 부유해서 메이커신발을 신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그곳에서 가져다가 신는다고 저에게도 하나 가져다 준다고 하더군요...
아마 목사님교회와 비슷한 구조였나봅니다. 교회내 학생회 모임이 토요일이었다는데 그 토요일 오후에 그 교회에 가면 학생들이 신발을 밖에 벗어놓고 안으로 들어가서 모임을 갖는데 밖에서 가서 신발을 가지고 와도 모른다고 하면서 제것도 하나 가져다 준다고 해서 저도 좋다고 동의했었지요...
물론 아직까지 신발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진짜로 그 친구가 제게 신발을 가져다줄것으로 믿고 기다렸습니다.
아마 정묵이라는 친구가 목사님 신발을 훔쳐서 제게 가지고 오고 있는 중인가 봅니다.
신발 도착하면 바로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