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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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 나의신부>라는 영화를 봤다. 남편 조정석은 9급 동사무소 말단 공무원으로 살다 우연히 시인을 만나 시를 쓰게 되면서 시에 푹 빠져버렸다. 아내 신민아가 자궁근종으로 배가 아프다고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다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남편: “배가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를 했어야지...” 아내의 아프다고 하는 소리가 남편의 귀에 안 들어간 것이다. 원래 다른데 빠져 있으면 다른 사람 말은 귀에 안 들어오는 법이다. 부부가 한 20년쯤 살다보면 다 알기에 상대가 말을 안 들어도 별로 신경 안 쓰게 된다.
혈압이 높은 나에게 부추는 피를 맑게 해 혈압을 낮춰주는 보약 이다. 내가 마당 화분에 부추만큼은 못 버리고 키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추로 전 좀 만들어줘요. 난 부추를 많이 먹어야 해.”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혈압이 낮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귀에는 안 들어가는 것 같다.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어릴 적에 우리 집에는 넓은 부추 밭이 있어서 시마다 때마다 부추를 정말 많이 먹었다. 어머니가 부추로 만들 수 있는 반찬이 한 열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혈압이 높은 줄도 모르고 살았다. 어느 날 병원에서 고혈압이라고 한다. 내가 고혈압?
어쨌든 고혈압에는 부추를 많이 먹으라고 해서 다시 부추를 찾았다. 아내에게 부추 김치 좀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맨날 부추전이나 부추무침만 한다. 그냥 아내는 두 가지 밖에 모르는 것 같다.
부추를 베어 놓으면 부추 전 만들어 준다고 해서 베어놨더니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버린다. 내 부추전...ㅠㅠ
그런데 오늘 교회 점심시간에 최숙현 집사님이 접시에 부추김치를 산더미처럼 담아 놨다.
“자! 실컷 먹어라! 부추! 삐치지 말고 쨔샤...” 마음속에서 성령님의 책망.... ⓒ최용우
시골에 들어오니 부추꽃이 저렇게 예쁜 걸 알게 되네요.
우리집 마당의 부추가 무성한데도 아직 한번도 부추로 만든 반찬을
저는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먹었으면서도 기억에 없는지도 모르지요.
사람의 기억이란 참.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