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사리 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침 일찍 혹은 한 낮을 피해 오후에  산으로 고사리를 꺽으러 간다.

요즘 산에 한창 물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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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의 집 앞 건너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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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몰라서

고사리 많은 곳을  훤히 꿰고 있는 선희언니를 따라간다.

오늘은 산초와 마루와 막내가 동행견으로 선출됬다.녀석들이 좋아라 날뛴다.

선희언니는 진안 산골에서 혼자 산다. 개 다섯마리와 함께.

18년 전 전기도 수도도 없던 곳에 터를 잡고 처녀의 몸으로 혼자 이 산골에 들어와 18년째 살고있다.

보통 여자로선 상상도 못할 대단한 삶을 살아낸  것이다. 진정한 자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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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를 꺽는 일은 일거 3득이다.

고사리도 얻고, 등산으로 운동도 되고, 이 푸르른 자연을 함께 호흡하고... 

눈이 시원해지는 녹색의 향연.

숲을 지나는 바람결, 새소리... 맑은 공기... 이 모든 걸 누리는 순간은 참으로 충만하다.

이런 순간은 찰라적이지만 생명의 기운 같은 게, 신선한 바람처럼 폐부 깊숙히 일렁인다.

한참을 꺾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산초가 먼저 드러눕는다.

선희언니는 자기가 늘 쉬는 장소라며 저녀석이

 여기오면 쉬는 줄 알고 먼저 널브러지는 거 보라며 깔깔 웃는다.

 잠시 쉬면서 가져온 커피랑 과자 과일을  꺼내 먹었다.

옆에서 선희언니가 담배를 한 대 피워물며 말한다.


-혜란씨, 어때?  재밌지?

-너무 좋아요~!

-나는 이렇게 사는 게 가장 편해.

예전에 서울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월급을 몇푼 받고 생활하는 게 그리 행복하지가 않더라구..

내가 여기 내려올 때 가족들은 다들 말렸어.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이젠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없어. 내겐.

죽어서도 여기에 다시 태어나고 싶어.

농사를 지어보니까 이렇게 재미난 일이 없더라구.. 농사가 딱 맞았어.


선희언니는 쌀만 빼고 다 직접 재배해서 먹는단다.

예전엔 쌀 농사도 지었다는데 지금은 밭 농사만 한다.

 텃밭과 뒷산에 밭을 일구어 이것저것 각종 채소를 심어놓았다.

-혼자 살기에 무섭지 않았어요?

-응 . 첨엔 좀 무섭기도 했는데

쟤들이(강아지들) 나를 보호해 준 은인들이야.

개들이 없었으면 정착할 수 없었을거야.

선희언니에게서는 가장 자기다운 삶을 찾은 이가 갖고 있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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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꺽고 온 것 같은데

이틀 후에 가보면 또 쏘옥 올라와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마치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린 만나가 이러했을까.


- 이 모든 게 하느님이 주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

얼마나 감사한지... 시골에 살다보면 부인할 수 없는 하느님의 존재와 감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선희언니의 고백이다.

 

처음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몇번 해보니 고사리가 보인다.

그런데 설렁 설렁 다니면 발견할 수가 없다.

찬찬히 봐야한다. 덤불 속에 깊숙히  숨어있기도 하다.

내밀한 곳에서 쏘옥 올라와 있는 고사리를 발견할 때의 희열이란..

고사리를 꺽다가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성서의 세계도 이렇지 않을까.

말씀의 깊이 속으로 깊이 들어가 유영을 하다보면

발견되는 비밀한 기쁨이 있을 것 같다.

고사리를 꺽으면서 그 느낌을  감히 유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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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꺾은 고사리를 데쳐서 말리면 된다.

도시의 마트에서 고사리를 살 때마다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꺾어보니 이해가 된다.

야생의 자연 속에서 채취한 고사리값 속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고사리를 꺾는 노동력은 그렇다쳐도

대지의 양분, 봄햇살의 따사로움, 촉촉한 아침이슬, 또 살랑대는 숲의 바람결..등등.

 이 무한한 은총은 어떻게 환산해야할지..?  


그동안 꺾어 말린 고사리를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께 가져다 드렸더니

"니가 이걸 꺾었다구?? " 눈이 둥그레지신다.


내일 아침 일찍 또 한바퀴 돌아봐야겠다.

보라와 꽁이가 신나서 따라나설 것이다.

나물은 실제로 먹는 재미보다 꺾는 재미가 더 좋은 거 같다.

이런 재미를 산골에 살지 않았다면 어찌 맛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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