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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주고 간 선물이예요.

폭은 볼펜 길이 정도의 두루마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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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보니 1미터도 넘는 길이의 한지가 주루룩 펼쳐지는 거예요.

거기에  가지런한 육필로  써내려간 것은 

함석헌 선생님의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좀 특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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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정성을 생각해서 곱씹듯 저도 여러번 

적힌 내용을 읽었습니다.


1976년 연말에 실린 씨알의 소리 글인데

박정희 독재정권의 말기에 재판을 앞두고

다시 글을 쓸  기회가 없으리라 여겨

독자들에게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로 쓴 글입니다.

그 중 말미의 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우리들 속에서 났던 강자들이 잘못 알고 인생을 경쟁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됐습니다.

생명의 근본원리는 화(和)에 있습니다. 동(同)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하나되어 사는데서 일단 보다 높은 생명의 단계가 나옵니다.

....

그러면 다음은 새하늘 새땅에서!>


이 내용이 제게 더 와 닿은 것은 요즘 산을 다니면서 깨달은 것과 일치해서예요.

정말로 자연은 화(和)이고 동(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익히 알고 있어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겠지만

몸소 체감될 때는 그 느낌이 다르잖아요.

쑥, 고들빼기, 고사리, 칡넝쿨, 찔레, 땅두룹..등등, 갖가지 다른 것들이 어쩜 그렇게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는지...

어느 것 하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각기 다르게 피어나고 있는지...

예전에 등산을 다닐 때는 두루뭉실 잘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 매일 산을 오르내리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욱 함석헌 옹이 말씀하신 생명의 근본원리가 실감됩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거늘 우리는 왜 나와 다른 것들과 하나되지 못할까요?

하나되기는 커녕, 왜 판단하지 않는 것조차 안되는 걸까요.

나와 습관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만 봐도 저절로 불편해지고 말입니다.....


초여름 한낮의 햇살을 피해 들어앉아

잠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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