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21:23

조회 수 1092 추천 수 0 2024.04.17 20:22:03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79

21:23

그 성은 해나 달의 비침이 쓸 데 없으니 이는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고 어린 양이 그 등불이 되심이라

 

요한은 해가 필요 없고 달도 필요 없는 세상을 내다봅니다. 빛이 필요 없는 세상입니다. 이유는 하나님의 영광이 빛이 되고, 어린 양이 등불이 되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사 60:19-20절에서 이에 관해서 통찰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는 낮에 해가 네 빛이 되지 아니하며 달도 네게 빛을 비추지 않을 것이요 오직 여호와가 네게 영원한 빛이 되며 네 하나님이 네 영광이 되리니 여호와가 네 영원한 빛이 되고 네 슬픔의 날이 끝날 것임이라.” 해의 빛과 영광의 빛은 비교되거나 대체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태양 빛은 물리적 현상이고 하나님의 영광은 종교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요한이 이렇게 표현한 까닭은 을 생명의 근원으로 보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태양 빛도 생명의 근원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태양 빛을 가능하게 하는 더 근원적인 생명의 근원입니다. 문제는 태양 빛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이해되나 하나님의 영광은 멀게 느껴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전자는 우리 경험의 범주 안에 들어있으나 후자는 그 범주를 넘은 겁니다. 이 간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태양 빛이 의미가 없습니다. 그에게는 그런 빛은 있으나 없으나 세상을 인식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촉각과 후각과 청각을 통한 세상 경험입니다. 특히 촉각이 중요하겠지요. 촉각으로 나무와 물과 흙을, 그리고 꽃과 사람과 고양이를 구분해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은 촉각과 후각만이 아니라 시각이 있어서 세상을 더 풍성하게 경험한다고 보통은 생각합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각에 의존하는 방식의 삶에 길들면 촉각은 무뎌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시각장애인은, 간혹 시각만이 아니라 청각까지 망가진 장애인들이 있는데, 비장애인이 느끼지 못하는 촉각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각을 태양 빛이라 하고, 촉각을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요한의 묵시적 표상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내려놓을 때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됩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말하듯이 고정관념을 내려놓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런 말씀의 깊이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인류가 죄를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세상의 이치에 길든 사람이 어떻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고정관념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거나 수준 이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갇힌 세계관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삶 자체를 직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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