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호렙 산 전승에 나타난 하나님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했소. 시내 산 전승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오. 호렙 산과 시내 산은 이름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산이오. 호렙 산 전승은 모세의 소명이 일어난 이야기이고, 시내 산 전승은 율법 수여가 일어난 이야기요. 전자는 출애굽 이전의 광야 이야기이고, 후자는 출애굽 이후의 광야 이야기요. 모세는 시내 산에서 율법을 수여받은 뒤에 여호와께 이렇게 요구하오.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출 33:18) 이 요구는 하나님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오. 모세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염원이 담겨 있는 요구요. 이름을 알려달라는 호렙 산 전승과도 맥이 닿소.

     그 뒤의 이야기 전개는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거요. 모세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거요. 인간은 하나님을 직접 볼 수 없소. “나를 보고 살 자가 없음이라.”(출 33:20) 그분을 인식론적 틀에 담으려는 모든 노력은 헛수고요. “나는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 모세는 하나님의 영광이 지나갈 때 반석 틈에 숨었소. 영광이 지난 뒤 여호와의 등만 보았소.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

     하나님의 이름을 알고 싶다거나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인류의 희망은 모두 실패로 끝났소.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오. 물속의 물고기가 뭍의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과 같소. 뭍으로 나오면 물고기는 죽소. 칼 바르트는 그래서 하나님이 세상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소. 그 어떤 것으로 하나님과 유비될 수 있는 것이 세상에는 없다는 말이오. 외계인을 상상해보시오. 상상이 가오? 상상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 상상이 바로 외계인의 실체라고 말할 수는 없소. 지금 그대와 내가 믿는 하나님은 누구요? (2010년 11월2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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