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족으로 붙인 이야기를 먼저 보충해야겠소. 하나님에 ‘대한’ 질문과 하나님에 ‘관한’ 질문을 굳이 구별한 이유는 혹시 있을지 모를 오해를 미리 피해보자는 데에 있소. 내가 이렇게 하나님에 대해서 뭔가를 말한다고 해서 하나님을 꽤나 알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라오. 하나님을 대상으로 놓고 마치 화가가 정물화를 그리듯이 뭔가를 말하려는 게 아니오. 그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오. 하나님을 내가 대상으로 명백하게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오. 내 감각기관 자체를 하나님이 움직이고 있는 마당에 내가 어찌 하나님을 대상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말할 수 있겠소.

     지금 내가 나름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관한’ 것이오. 그게 그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소. ‘관한’이라는 뜻은 내가 하나님을 ‘대’(對)하는 게 아니라 ‘관’(關)계할 뿐이라는 것이오. 내가 주도적으로 하나님을 대상으로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말을 거는 것에 대답할 뿐이라고 말이오. 주도권이 사람에 있는지, 하나님에게 있는지에 따라서 ‘대’와 ‘관’을 구별해서 쓴 것이오. 이런 구별이 늘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근본 구도는 확실히 하는 게 좋소.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말을 건다는 표현이 자칫 신비주의에 기울어진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소. 예언자들의 신탁(神託) 행위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그대로 전해 듣는다고 말이오. 교주들에게 흔히 나타나듯이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는 식으로 말이오. 그건 아니오. 그런 경험은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없소. 일방적으로 선포되는 것을 놓고 생각을 교환할 수는 없소.

     하나님이 주도적이고 내가 응답하는 것뿐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소. 하나는 하나님이 계시하는 분이라는 사실이오. 그분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시고, 말을 걸고, 행동하신다는 건 우리가 다 인정하고 있는 바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과 행위를 신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이오. 이 신학은 성서와 영성의 세계를 역사적으로 풀고 담아낸 기독교 역사를 말하오. 이런 신학적인 역사에 기대서 하나님에 관해 질문하고, 나름으로 대답을 찾아보고, 궁극적으로 대답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이 연재의 제목을 ‘하나님에 관한 질문’으로 바꿨소. (2010년 12월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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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아빠

2010.12.06 10:21:59

목사님, 어제는 서울샘터교회 생일답게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첫 패러그래프의

하나님을 내가 대상으로 명백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오가 문맥상

하나님을 내가 대상으로 명백하게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오로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잘못 이해한 건가요?

(무슨 이유인지 쪽지 본문쓰기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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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0.12.06 10:36:03

앗, 이런 일이....

내 눈과 손가락이

생각의 명령을 거역했네요. ㅎㅎ

즉시 고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어제 서울샘터 창립 2주년 기념예배였지요.

특별히 알리지 않았는데도,

오랜 만에 다시 오신 분,

축하하러 오신 손님들,

북경에서 들리신 가족 등, 해서

조촐하지만 풍성한 모임이었습니다.

주원아빠 가족만 더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요.

좋은 하루,

소망이 가득한 한 주간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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