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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눈 감고 설거지를 한다. 시작할 때부터 눈을 감는 게 아니라 중간에 눈을 떴다 감았다 한다. 그릇을 손으로 잡을 때는 뜨고 세제 묻은 수세미로 그릇을 문지를 때는 감는다. 그릇과 수세미와 세제거품의 질감을 더 느끼기 위해서다.
지금 나의 관심은 지난 60년 동안 길들여졌던 모든 고정관념들을 조금씩 거둬내는 일이다. 고정관념은 사물과의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든다. 그것은 생각만이 아니라 우리의 몸까지 지배한다. 똑같이 느끼게 하고, 그것을 기술적으로 반복하게 한다. 대상을 늘 똑같은 범주 안에서만 대하게 만든다. 결국 몸으로 하여금 세상을 직면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살면서 어떻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겠는가. 이 자유를 위해서 나는 설거지를 할 때 종종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대신 촉각과 청각이 예민해진다. 눈으로 볼 수 없기에 선입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어떤 그릇이 예쁜지, 그리고 비싼지 구별하지 않는다. 그릇을 그릇 자체로 느낄 뿐이다.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사람으로 대할 뿐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니 눈 감고 설거지 하는 훈련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고정관념, 선입견.
그것은 사회가 나에게 심어준 관습에 유래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생각의 흔적들이며 내 삶의 발자취일 것입니다.
나로 부터 자유할 수 있다면,
나의 욕심과 아집과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명예욕으로 부터 자유할 수 있다면,
더 맑은 영혼으로 주님을 마주하게 될텐데
목사님 말씀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도 눈감고 설겆이하는 훈련이나 해야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