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자, 1월24일(목)

조회 수 2737 추천 수 0 2013.01.24 22:53:46

 

     서양철학을 공부하다보면 즉자(卽自)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이 단어는 독일어 ‘an sich’의 번역이다. 그 개념이야 아주 오래되었겠지만 현대철학에서는 칸트, 헤겔, 사르트르 등의 글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an은 전치사로 ‘옆에’라는 뜻이다. 단순히 옆에 있는 건 아니고 딱 붙어서 옆에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조금 떨어져서 옆에 있을 때는 neben이라는 전치사를 쓴다. sich은 ‘자체’라는 뜻의 재귀대명사다. 

     즉자는 낱말 뜻으로만 본다면 그것 자체에 딱 붙어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낱말 뜻이 아니라 현대철학자들이, 특히 헤겔이 저 단어를 어떤 개념으로 썼느냐를 아는 게 중요한데, 나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대충의 의미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즉자는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원래 자기가 경험하는, 어떤 주체적인 것을 가리킨다. 가장 초보적이고 원초적인 자기 경험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즉자적이다.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이해하는 것을 쓰기 때문이다. 이것을 헤겔의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에 따라서 분류하면 정(these)의 단계다.

     우리도 많은 경우에 하나님을 즉자적으로 경험한다. 어떤 거룩한 두려움이나 극한의 자유와 기쁨 등은 즉자적인 거라고 말할 수 있다. 호렙 산에서의 모세,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있었던 이사야의 경험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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