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소리

Views 3103 Votes 0 2013.08.01 23:25:48

8월1일(목)

기차소리

 

우리 집이 있는 원당은 마지막 마을이다.

우리 마을을 거쳐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이 없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기껏해야 저수지를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한 군데 저수지만 가 봤는데,

더위만 가시면 나무지 저수지에도 가 볼 생각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깊은 골짜기 마을로 생각될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게 외딴 마을은 아니다.

영천 기차역까지 승용차로 넉넉잡아 15분이면 갈 수 있다.

영천은 대구에서 온 기차가

안동과 경주로 갈라지는 길목이다.

안동으로 올라가는 기차는 북영천역으로 가고

경주로 가는 기차는 영천역으로 간다.

경주에서 다시 북쪽으로 가면 포항이고,

남쪽이면 울산과 부산이다.

그래서 영천역을 지나는 기차 대수가 꽤 된다.

영천역에서 경주로 가려면 우리 마을 앞을 지나야 한다.

기찻길까지는 대략 2킬로미터 정도 거리다.

중간에 공장도 있고 산도 있지만

기차 지나는 소리가 제법 들린다.

공장 소리가 나지 않을 때는 크게,

공장 소리가 날 때는 좀 작게 들린다.

낮에는 20-30분 간격으로,

밤에는 2-3시간 간격으로,

밤 열두시가 넘은 시간에는

아주 뜸하게 불규칙적으로 기차가 다닌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그 소리가 30초 정도 들린다.

기차소리가 들리는 마을과

그런 소리가 없는 마을의 차이를 아시는지.

옛날에는 기차가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이었다.

기차 소리는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의 소리다.

자유를 향해 떠나라는 소리다.

지금처럼 자가용이 구비되어 있다하더라도

기차소리가 주는 희망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매일 밤 기차소리를 듣는다.

어떤 때는 아주 늦은 밤, 또는 새벽에도 듣는다.

그 기차소리는 원당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다.


beginner

2013.08.03 09:13:56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이 노래가 떠 올라요.
저는 요즈음 매미 소리 때문에 잠이 깹니다.
옛날 어릴 때 듣던 매미 소리가 아니에요. ^^
자유를 향해 떠나라는 기차 소리
다다다다 다다다다
왠지 가슴 설레네요.
종착역엔 뭐가 있을까요?
profile

정용섭

2013.08.03 22:57:01

자유를 향한 영혼의 기차에는 종착역이 없습니다.
머물면 곧 자유를 잃는 거지요.
손녀를 보시더니
오막살이 아기가 더 귀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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