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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월)
잠자는 식물
요즘 원당의 밤은 어둡다.
가로등의 숫자가 삼분의 일,
또는 사분의 일로 확 줄었다.
에너지 절약을 솔선수범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추 등 식물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한다.
식물들도 밤에는 자야한다.
잠을 못자면 수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싶겠지만
농부들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니
믿어도 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디선가 옛날에
그런 말을 듣거나 글을 읽은 것 같긴 하다.
하기야 좋은 음악도
식물의 성장에 양향을 끼친다고 하지 않나.
지금 우리는 그런 생명 원리와 반대로 살고 있다.
밤과 낮의 구분도 없다.
도시마다 밤이 너무 밝다.
쉼이 없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한 뭉텅이로 굴러간다.
그런 삶을 문명이라고 한다.
돈만 되면 공장도 24시간을 돌린다.
노동자들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일한다.
밤도 낮 같이 살면서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죽는 길인지 모른다.
우리 원당에도 평소에는 가로등이 너무 많다.
내가 보기에 별로 필요도 없다.
방범 걱정도 없는 마을이다.
밤만 되면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다.
적막강산이다.
요즘 어둠에 싸인 원당의 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