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2)

듣는 일이 왜 어려운지를 생각해보라. 그것은 자기를 표현하려는 인간 본성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말을 함으로써 자기를 나타내려고 한다. 자기를 나타냄으로써 정신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이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그게 지나쳐서 인간관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해가 된다는 데에 있다.

 

듣는 일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대화의 주제가 자기와 별로 상관이 없다는 데에 있다. 이건 상담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 동창회 모임이 있다고 하자. 공식적인 회의는 일단 마치고 식사를 하면서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한 사람이 자기 친척이 미국에 가서 사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길게 끈다면 모두 귀를 막고 싶은 것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일어난다. 자기에게는 아주 진지한 내용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이야기를 자질구레한 내용까지 포함해서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가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방도 듣는 시늉을 하다가 중간에 끼어들어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런 분위기가 급상승하면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끼어들기도 더 자주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한국 사람들이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도 끼어들기를 과감하게 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내담자의 말에 귀를 기울 수 있을까? 이게 억지로 되지 않는다. 상담학 개론에 관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약간의 도움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마음의 울림을 느끼면서 내담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내공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공감 없이는 귀가 열리지 않는 법이다. 여기에 다른 길이 없다. 상투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신앙의 깊이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다. 그게 안 된다면 다음의 사실만이라도 기억하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목사는 평소에 설교를 통해서 말을 많이 했으니 상담의 경우에는 내담자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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