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조회 수 1828 추천 수 0 2015.08.18 20: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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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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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짜리 소녀와 소년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곧 인류의 시작과 현재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 소스케가 우연하게 바닷가에서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포뇨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물고기는 바다 속에서 살다가 육지 생활을 동경하여 도망친 것이다. 바다 속 아버지가 포뇨를 다시 끌고 가지만 우여곡절 끝에 포뇨는 다시 도망쳐서 소스케에게 온다. 이제 여섯 살 소녀의 모습이다. 그러나 다시 원래의 상태가 되어 끌려간다. 포뇨의 어머니로서 우주를 주관하는 여신이 딸의 마음을 헤아려 인간이 되게 해준다. 소스케에게 묻는다. 포뇨가 원래 물고기였던 것을 아는가? . 포뇨가 인어라고 해도 사랑하겠는가? .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다고 해도? .

<벼랑 위의 포뇨>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의 원래 고향은 바다다. 그 조상은 물고기였다. 사람과 물고기는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왔다. 인간이 세상을 오염시켰지만 손과 다리로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경험하는 인간의 삶은 인정받아야 한다. 포뇨가 인간이 될 수 있는 신호는 소스케의 입맞춤이다. 결국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한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핵심은 물(바다)이다. 난자는 정자를 만나 수정란이 되고 십 여일 지나면 배아가 된다. 배아는 물로 가득한 어머니의 자궁에서 열 달 가까이 자란다. 작은 물고기가 자라는 과정과 비슷하다. 자궁 안에서 태아는 머리가 생기고, 팔과 다리가 하고 나온다. 때가 되면 포뇨가 바다 세상에서 육지로 나오듯이 태아는 세상으로 나온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근원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옳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창조이고, 물리학이 말하는 빅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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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8.19 07:02:01

위 그림은 포뇨와 소스케가 바닷속의 풍경을

밖에서 머리만 바닷물 속으로 디밀어 보는 장면입니다.

오늘 새벽에 어떤 꿈을 꾸고 이 그림 생각 나서

이렇게 대글로 보충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고향을 보고 있는 거지요.

그 바다는 생명 출현의 자리니까요.

그 원초적 생명의 깊이를 아이들이 함께 보고 있다는 건

많은 걸 암시하고 있어요.

한 가지만 말하면,

소위 말하는 '소울 메이트'가 된다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수억년 전의 그 까마득한 세월을

신비 가득한 눈으로 함께 느끼는 거니까요.

지금 우리 옆에는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이런 삶의 공유가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단조로울까요.

기독교인들은 모두 이런 점에서도 소울 메이트가 맞습니다.

 하여튼 미야자키는 대단한 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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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8.19 08:29:44

그런데,

두 아이의 표정이 다르지요?

소스케는 착하고 의협심도 강한 아이지만

좀 멍청한 데가 있어요.

멍청하기보다는 포뇨의 생명 충만에는

약간 못 미치는 거에요.

저 두 아이의 표정을 보면,

포뇨는 생명의 근원에 밀착해서 

거기서 오는 기쁨으로 가득한데,

소스케는 어리둥절하고 있네요.

어떻게 이런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는지

감독의 예술적, 철학적 안목에 감탄할 수밖에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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