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

조회 수 2185 추천 수 0 2015.08.19 21:19:05

지금도 실행 중인지는 몰라도

티베트 불교 승려들에게는

조장(鳥葬)이 일반적이었다.

죽은 승래의 몸을 칼로 토막내어

새(주로 독수리)의 먹이로 주는 것이다.

그런 조장과는 다른 뜻으로

나는 오늘 새를 땅에 묻었다.

 

어제 이른 아침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에 큰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가 쾅 하고 났다.

직감적으로 새가 부딪치는 거는 알았지만

잠시 비틀거리다가 다시 날아갈 거로 생각하고

글쓰던 작업을 계속했다.

얼마 후에 창문 밖을 내다보니

새가 죽어 있었다.

오늘 이층 발코니를 통해서 지붕으로 올라가서

죽은 새를 들고 내려왔다.

현장 사진이다.

IMG_0368.JPG

새들에게도 날아다니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저 새는 우리집에 지어진지 모르고 왔다가 참변을 당했단 말인가?

새들이 아차 하면 창문을 허공으로 알만했다.

내가 그 자리에서 창문을 사진으로 찍으니

거울 효과를 내서 하늘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IMG_0369.JPG

숲에서는 삶과 죽음의 허망함을 일상으로 경험한다.

어떤 때는 고라니가 죽어 누워 있는 것도 본다.

동물들은 어느 누구나 할 거 없이

늘 생존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운이 나빠 저렇게 죽어버린 새는

우리집 지붕 너머 숲으로 들어가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IMG_0370.JPG

 

나는 죽은 새를 들고 내려와 신문에 싸서

내가 매일 밥 먹을 때마다 쳐다보는 숲의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IMG_0371.JPG

 

한 생명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죽어 묻었으나

옆으로 눈을 돌리니 풀과 나무와 꽃은 여전히 화려했다.

그중에 눈에 뜨이는 꽃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이름은 물론 모른다.

무명초가 아니겠는가.

IMG_0372.JPG

 

지구에서의 생명 메카니즘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이고,

무는 도대체 무엇인가?

지금은 존재하지만

조금 후에 없어질 모든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름 모를 새야,

잘 가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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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5.08.20 11:00:11

자라공 입니다. 아주 번식력이 강한 외래종인데 뽑아서 태워버리십시오.

안 그러면 주변을 순식간에 저놈들이 점령해 버립니다.

창문에 독수리 그림 하나 붙여 놓으면 새들이 안 오지요.

목사님은 새를 묻으셨군요. 저는 어머님을 묻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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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8.20 13:11:28

ㅎㅎ 외래종도 새는 새지요?

죽은 저 녀석을 태워버리면

살아있는 녀석들이 겁을 먹고

번식을 안 하면 모르겠지만

별 효과가 없을 거 같군요.

자라공이라,

이름도 좀 괴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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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5.08.20 14:20:41

아, 새가 아니라,

맨 아래 까만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린 '무명초'라고 한 그녀석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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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5.08.20 14:31:07

ㅎㅎㅎㅎㅎ

이렇게 내가 말귀를 못알아먹는답니다.

지금은 비가 내리니 어쩔 수 없고,

날씨가 맑으면

몇군데서 자라고 있는 저 녀석을

뿌리채 뽑아 불살라버리겠습니다.

못된 놈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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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얼냉

2015.08.22 16:10:16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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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愚農

2015.08.23 01:05:12

자라공이 아니고 자리공입니다.

정확히는 미국 자리공이라 하고 열매에 독이있는 독초지만 자연염료로 소중히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목사님의 서재 유리창이 솔거의 그림이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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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5.08.23 09:52:36

으윽! 맞아요 자리공이 맞아요. 제가 자리공으로 쓴다고 쓴건데 오타를 냈네요. 아 참내!

자리공으로  '농약'을 대신하는 천연살충제를 만들만큼 그 뿌리는 독성이 강합니다.

식물도감에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장록'이라고 붙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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