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6)

조회 수 1067 추천 수 0 2017.10.10 20:01:34

1010,

루터(6)

 

앞에서 한국교회의 성서문자주의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문제는 패러다임 전환은 자신의 존재 근거가 바뀌는 것이기에 웬만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죽어서 천당 가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그가 생각하는 차원의 천당은 없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가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도 지금의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교회에 계속 나올 수 있을까? 성서문자주의라는 달콤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면 그들은 곧 죽는 거로 안다. 스스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근본주의 신앙에 머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이는 들었는데도 사춘기를 겪지 못한 사람으로 세상을 사는 이들과 비슷하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진화론과 창조과학 논쟁, 동성애자 배척 같은 행태들은 이런 데서 나오는 왜곡된 현상이다.

어떻게 성서무자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교회에서는 불가능하다. 필자가 설교 비평 작업을 할 때 근본주의 신학자들에게서 종종 들었던 비판은 저 사람은 창세기 이야기를 설화라고 부르는 걸 보니, 그리고 노아 홍수 이야기를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하는 걸 보니 자유주의자야.’라는 말이었다. 이런 한국교회 상황에서 최선은 서로의 입장을 일단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한 마디로 신학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 대화의 장을 한국교회는 피한다. 신학적이고 영적인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화하지 않아도 (교회)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방송국에서 진화론이나 동성애 문제를 주제로 신학적인 대담을 공개적으로 열지 못한다. 방송국 돈줄을 성서문자주의를 주창하는 중대형교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나름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프리드리히 선제후와 독일 중산층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교회에는 이런 때(카이로스)가 오지 않은 것 같다.

성서문자주의 자체가 절대 악은 아니다. 그것은 무지일 뿐이다. 무지에 떨어졌다고 해도 세상을 최소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보고 나름으로 헌신을 하면 괜찮다. 문제는 무지가 독선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후자에 가깝다. 여기에는 단순히 신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교회가 명실상부 개혁의 길로 들어서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로부터 동력이 나오기보다는 외부로부터 주어지지 않겠는가.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자. 서두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여전히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이다.


profile

[레벨:41]새하늘

2017.11.01 19:35:01

3년전에 우리 교인 자녀 한명이 성 전환 수술을 받았습니다.

남성적인 면이 강하다 보니, 결국 수많은 고민끝에 성 정체성을 찾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성공회 교회에서  견진세례을 다시받고, 남자의 세례명으로 받고 축복을 받았습니다.


세례가 수차례 받는 다고 하나님께 다시 확인 받는 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친구가 자기의 정체성에 맞게 교회가 도와주고,  교회가 안아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먼데 살지만 부모님과 함께 가끔식 교회에 나옵니다.

가족과 행복하게 교회 나오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일반적인 잣대로 교회가 심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487 루터(12) [4] 2017-10-18 977
4486 루터(11) 2017-10-17 1342
4485 주간일지- 10월15일 [4] 2017-10-16 936
4484 루터(10) 2017-10-14 1151
4483 루터(9) 2017-10-13 962
4482 루터(8) [2] 2017-10-12 1096
4481 루터(7) [5] 2017-10-11 1221
» 루터(6) [1] 2017-10-10 1067
4479 주간일지 10월8일 file [4] 2017-10-09 1000
4478 루터(5) [4] 2017-10-07 1146
4477 루터(4) 2017-10-06 987
4476 루터(3) [2] 2017-10-05 1211
4475 루터(2) [2] 2017-10-04 1191
4474 루터(1) 2017-10-03 1202
4473 주간일지, 10월1일 file [2] 2017-10-02 994
4472 다시 '믿음' [2] 2017-09-30 1174
4471 삶의 무게 [6] 2017-09-29 1438
4470 자유 2017-09-28 1009
4469 가벼움에 대해 [4] 2017-09-27 1204
4468 나비 file [3] 2017-09-26 1407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