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수
루터(7)
성서문자주의와 연관해서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을 한 권 소개하겠다. 마커스 J. 보그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한다』다. 부제는 ‘왜 신앙의 언어는 그 힘을 잃었는가?’이다. 내용이 충실하고 신학적 토대가 탄탄하다. 그는 성서의 언어를 은유로 읽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한다. 이를 위해서 독자들은 성서 텍스트가 기록되던 시절의 시각을 확보해야 한다. 2장 ‘문자주의를 넘어서’에서 몇 단락을 발췌하겠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6일간의 창조 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 유대인들의 바벨론 포로 시절이나 그 이후에 쓰였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창조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고대 이스라엘 예언자 대부분은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6세기 사이에 활동했다. 그 시기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맥락에서 예언자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신명기는 기원전 7세기경 기록됐다. 그 당시 이스라엘에게 일어났던 일은 신명기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까?
고대 이스라엘인에게 ‘구원’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출애굽 이야기에서는? 바벨론 포로 시절에는? 고대 이스라엘의 기도와 찬송인 시편에서는? 예수가 활동하던,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이 등장한 1세기에는?
예수에게 적용되기 전 ‘주님,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 구원자, 희생’ 같은 말들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예수를 따르던 무리가 저 말들을 예수에게 적용했을 때 이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니케아 신조에 쓰인 말들은 325년 그 신조를 만든 이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하느님 안에 세 위격이 있다는 삼위일체 교리를 4세기에 만든 사람들에게 ‘위격’(person)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47쪽).
보그의 일관된 주장은 성서와 기독교 교리가 형성될 때의 시각을 확보해야만 성서와 기독교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커스 보그가 소위 ‘예수 세미나’ 계통에 속한 학자라서 경우에 따라 기독교 정통과 다른 입장을 보이긴 하지만 성서와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건 분명하다. 특히 성서문자주의를 극복하는데 그의 책은 큰 도움을 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 한국교회의 개혁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전개되는 중이다. 가장 핵심은 근본주의적 성서문자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문자주의는 종교개혁 당시 교황숭배와 비슷하다. 그것이 하나의 종교 이데올로기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정치적인 분야나 종교적인 분야, 그리고 사회 경제적인 분야를 막론하고 이데올로기는 거기에 속한 집단에게 막강한 힘으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인들은 성서의 역사비평이라는 광야로 나서기보다는 성서문자주의라는 따뜻한 방에 숨어서 자족하는 걸 택할 것이다. ‘솔라 스크립투라’를 주장한 루터가 오늘 한국 교회를 방문한다면 답답해서 가슴을 치지 않겠는가.
목사님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자주의에 갇혀있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신앙생활을 하니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바로 이 다비아가 저에게는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소중한 통로입니다. 미국에서 살고 있다보니 한국인이 아닌 (영어만 할 줄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혹 목사님께서 쓰신 "기독교를 말한다"의 영어판이 있으면 당장 사서 한 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고, 영어로 이런 관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접근하는 책이 있을까 항상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영어 원서가 좋은 대체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당장 읽어봐야겠습니다.
궁금한 내용들만 모아있네요.
어제 누구랑 대화를 했는데..
입은 근질거리는데..설명은 못하겠고, 답답해서..
잠을 못이룰 정도였습니다.
같은 신앙안에서 너무 다른 신앙을 갖는 모습들이..
같은 용어안에서 너무 다른 이해와 인식이..
같은 공동체안에서 너무다른 하나님신뢰가..
종교개혁의 구호가 무색할만큼..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넘어서 은근한 겁을 주는데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책 잘 읽을께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