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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 간 산골
이날따라 내 살갗에 와닿는
어둠속 공기의 감촉은
침 발린 아기볼 처럼
촉촉, 쫀뜩한 서늘함이었다


얼굴과 팔에 감겨드는
그 기분좋은 공기의 챱챱함과
코로 들어오는 숲의 싱그러운 향기에 휘감겨
집앞으로 이어진 어둑한 오솔길로 발을 내딛었다

혹여나 고라니 산돼지랑 만날까 조심조심
살금거리며 걸었다

서쪽 하늘엔 마침 초생달이 말끄럼하고
숲, 풀더미 위로 큰으아리 꽃이
풀더미의 주인인냥 화들짝 널브러지듯 펴
달빛과 내기라도 하듯 밤을 밝히고 있었다

고요속에 반짝이는 것들로
밤이 한껏 드넓고 평화로와 졌다

이곳은 어디인가

신이 선물한 이 신비스럽고 조화로운,
경외스러운 풍경의 세계에서

온전히 어쩔줄 모를 감탄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