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밥 맛있게 먹은 날 밤!

Views 1580 Votes 4 2008.10.20 22: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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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악 저녁을 먹었습니다.
먹었으면 먹었지 그게 무슨 대수냐구요?
느무느무 맛있게 먹어서
벗님들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요.
밥 맛있게 먹는 비법을 알려드려구요.
제일 중요한 건 혼자 먹는 겁니다.
오늘 저는 혼자 저녁을 먹었답니다.
대구성서아카데미 연구실이면서
샘터교회 예배처소인 여기 우림아파트 104-901호에서요.
큰 딸, 작은 딸 모두 제 각각 다른 데로 갔고
집사람은 무슨 연습을 한다고 또 바쁘네요.
저녁을 먹으러 집에 가는 것도 시간이 아깝고 해서
집사람은 집에서, 나는 여기서 따로 먹었습니다.
밥은 같이 먹어야 맛이 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함께 먹으면 사람과 말을 하느라
밥의 깊은 맛을 놓치기도 하고,
또는 그냥 분위기 때문에 맛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거지요.
모든 게 집중력을 요하듯이
밥 먹는 것도 그렇답니다.
그런 집중력은 혼자 있을 때 그 효율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지요.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할 겁니다.
그런데 나는 혼자가 좋네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두 번째는 반찬 숫자가 적어야 좋다는 겁니다.
요즘은 거의 가지 않지만 옛날에 자주 들렀던 뷔페에서 느낀 바이지만
반찬이 많으면 정말 밥맛이 없더군요.
여러 가지를 골고루 먹는 게 좋다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에요.
오늘 저는 세 가지 반찬으로 먹었어요.
김치, 가지나물, 멸치에요.
어제 주일공동예배 마치고 교우들이 함께 나눠먹고 남은 반찬이에요.
이것도 숫자가 많은 편이죠.
그냥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해요.
사실 반찬이 중요한 건 아니더라구요.
핵심은 밥이죠.
밥을 어떻게 맛있게 먹는지 대개 눈치 챘을 겁니다.
그게 세 번째 비법이에요.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거랍니다.
오늘 저는 냉장고에 들어 있던 찬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커피포트에 끓인 물을 부었습니다.
아, 그 밥도 어제 먹다 남은 거에요.
물에 말은 밥맛이 어떤지 상상이가지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물과 밥을 따로 먹고 마실 때보다
말아서 한 데 모아 먹으면 단맛이 더 깊어지네요.
어릴 때 물에 말은 밥은 정말 자주 먹었어요.
밥이 모자라서 큰 냄비나 밥솥에 물을 많이 넣고
밥은 두 공기 정도 넣은 뒤 끓이면
죽이나 풀처럼 풀어집니다.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아요.
물에 말은 밥은 김치가 최곱니다.
다른 거 하나도 필요 없어요.
정말 기분 좋게 잘 먹었습니다.
미안합니다.
혼자만 맛있게 먹어서요.
끄윽!

profile

시와그림

2008.10.20 22:18:52
*.109.78.132

심심하시군요!
오늘 묵상은 '궁상 밥상론' 되시겠습니다 ㅋㅋ ^^*
profile

정용섭

2008.10.20 22:27:26
*.181.51.93

잘 알지도 못하는, 알 수도 없는 그런 말만 하다가
이렇게 실없는 말을 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립니다요.
시와그림 님이 준 제목 '궁상밥상론', 말이 되네요.
좀 고상하게 '밥의 미학'으로 하면 어떨는지요.
밥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은데요.
그나저나 하늘나라에서도 밥을 먹을라나....
profile

시와그림

2008.10.20 22:36:30
*.109.78.132

이미 김지하의 '밥'이라는 책이 오래전에 나왔었거든요
그러니까 밥에 대해서 말고 반찬 이야기 해주세요~
profile

아침햇살

2008.10.20 22:57:49
*.181.112.139

맛있게 드신 밥 이야기 읽으면서 혼자 많이 웃었네요.
식은밥 처리하시면서 단맛을 찾아내시는 목사님은
정말 대단하신 능력입니다.
혼자서 따끈따끈한 밥을 한공기 해서 드신 줄 알았잔아요.
식은 밥은 누룽지를 만들어서 뽀글뽀글 끓여 드시면 더 구수하고 맛있을텐데요.
profile

유니스

2008.10.20 22:58:30
*.244.76.56

목사님
일단 글쓰기에 성공하신 듯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읽어내려가면서
입안에 침이 막 고이는거여요...ㅎㅎ
저도 물에 밥 말아서 김치랑,
혹은 된장찌게 떠먹는 거 좋아해요.
또 침이 고이네요.
그리고 혼자 먹는 것도 많이 좋아하죠.
밥집, 레스토랑, 까페..가리지 않습니다.
남이 궁상맞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저는 우아 떨면서 먹어요...
이 밤에 입이 궁금해집니다..^^
profile

정용섭

2008.10.20 23:08:51
*.181.51.93

누룽지를 만들어 끓여 먹어라, 좋군요.
다음에 시도해 보고 글 올릴께요.
profile

정용섭

2008.10.20 23:12:40
*.181.51.93

다른 대글에서도 느꼈지만
유니스 님은 먹는 걸 조금 밝히시는 스타일이군요.
좋습니다. 좋아요.
체중 조절도 신경을 쓰셔야겠습니다.
물에 말은 밥과 된장찌게은 찰떡 궁합이죠.
혹시 물에 말은 밥과 쌈장 찍은 고추는 어때요?
내일 점심에 그렇게 들어보세요.
좋은 밤.
profile

모래알

2008.10.21 00:25:07
*.15.174.9

제 남편이 물에 말아 김치 하고 먹으면 너무 맛있대요.
전 아직 안 해 본 일이고 앞으로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죠.
말아먹는 거.. 그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ㅎㅎㅎ

목사님 자가진단 하시고도 여전히 .. "론" + "학"
존경하는 선생님 하시는대로 닮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자꾸 늘겠습니다. ㅎㅎㅎ

좋은 밤이시기를... 전 좋은 낮입니다. ㅎㅎ
profile

시와그림

2008.10.21 00:30:57
*.109.78.132

목사님,
글 쓰기도 성공하셨구
여성 분들의 맘 잡기도 성공하셨네요
일단, 여기 까지 모두 여성 댓글!!!
profile

웃겨

2008.10.21 01:28:29
*.160.255.250

틀렸어요. 목사님! 저도 이 분야에선 한가닥하는데요.
물에 말은 밥에는 오이지가 최고라구요~!
밥하려다가..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네요. 먹는 얘기라서.
profile

유니스

2008.10.21 10:26:23
*.104.195.216

웃겨님.
저는 먹는 얘기 자제하고
이미지 관리 들어갑니다. ㅋ
정목사님께서 제가 먹는 거
초큼 밝히는 거 알아버리셨습니다...ㅡㅡ;
근데 오이지도 맛있겠어요..^^

콰미

2008.10.21 10:40:07
*.54.206.45

이 글을 읽고 밥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1인

첫날처럼

2008.10.21 13:51:50
*.234.121.208

ㅋㅋㅋ

첫날처럼

2008.10.21 14:01:10
*.234.121.208

저도 요새 아버지 당뇨 식이 조절 떄문에 점심 시간에 잡곡밥에 파프리카, 등등의 풀과 된장, 거기다가 전혀 양념하지 않은 닭 가슴살, 돼지고기 살코기, 소고기 살코기 조금씩 해서 같이 먹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랑 식사를 같이 하는데, 옆에서 짜장면, 짬뽕, 볶음밥 먹고 있는 것 보면 군침이 막 돕니다... 뺏어먹기도 하는데... 그런데 참 맛이 없기는 정말 없습니다... 아버지 드시는 것 보면... 그래도 아버지는 꾸준히 잘 지키시네요... 혈당도 요새는 110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고 보니, 속이 그렇게 편하고 좋은 수가 없네요... 오후에 일 시작해도 머리도 맑구요... 그냥 혀가 느끼는 맛이 아니라, 몸이 느끼는 맛이 너무 너무 좋습니다... 이런 음식은요...

신완식

2008.10.21 16:35:54
*.112.171.25

물이나 국에 밥 말아 먹으면 위에 좋지 않다고 하던데요.
밥 먹기 전 후 30분(?) 정도는 가급적 물을 마시지 말고
위액이 흘러나와서 소화를 촉진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목회자와 건강>이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강의를 하셨던 한의사 장로님께서...
저는 그 강의를 듣고 한 동안 순종했지요.
요즘은요?
얼릉 먹고 나가야 하니까
국에 물에 밥을... 후루룩 마시죠^^.
저는 겉절이한 김치 좋아합니다.
오늘 아침에 어제 담근 김치 먹으니
몸에서 감사 감사 찬송이 다 나오네요...
profile

달팽이

2008.10.21 21:52:59
*.83.95.28

거야말로 청빈의 삶이네요.
그냥 지리산에 와서 다래와 머루를 먹고 사지지요.
소박한 밥상입니다.
행복이 그 속에 있네요..

진짜 맛있는 밥은 올해 갓 추수한 벼를 도정해서 밥을 해 먹어야 밥맛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
그 고소한 냄새와 맛은 먹은 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를 못합니다!!
정말 반찬이 필요없습니다. 그것도 찹쌀이라면 더욱더~~
밥맛 없는 분들 저희집에 밥 드시러 오세요.

profile

윤만호

2008.10.22 00:27:02
*.226.203.106

오 거룩한 밤!

목사님 특유의 유머에다
눈물에 말아 먹는 짭짤한 국밥....

박찬선님이 소개한 바 있는
함민복 시인의 "긍정의 밥" 생각이 나네요.
싼값에 시를 지어 팔기도 했다고 하는...

http://boombob.egloos.com/3732815

안희철

2008.10.22 07:01:10
*.1.116.209

이런 얘기하면 우습다 하실지 모르지만 근래 들어 최고의 글입니다.

1.
제가 다니는 한인교회에서 각자 반찬을 하나씩 들고 와서 나눠 먹는데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뷔페가 됩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뭐가 뭔맛인지 모르고 먹게 됩니다.
멸친지 가진지.
게다가 앞사람 옆사람 대화하다보면
어느새 그릇은 비었고
배부른지 뭔맛인지 잊고는
또 밥 푸러 갑니다. 물론 갖가지 반찬도.

2.
고환율에 돈 아껴보자고 학생식당마저 거절하고
선배 기숙사 기어들어가 스파게티든 계란볶음밥이든 해 먹습니다.
그러다보니 반찬은 커녕 메인메뉴 하나 달랑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참 맛있습니다.
요리하고 설겆이하는 번거로움이 신경이 안쓰이네요 아직은.
무엇보다,
밥 먹고 나면 이상하게 고향생각이 많이 납니다.
이건 뭐 안좋은건가? ^^;
하여간 두 머스마가 서로 마주보며 먹다보니
말수도 적고 그냥 접시에 코박고 밥을 먹습니다.

3.
환율 2천 찍으면
이제 밥에 물 말아 먹을랍니다.

profile

비가오는날

2008.10.22 07:47:01
*.105.34.150

저도 가끔 묵은밥을 찬물에 말아 먹곤합니다.
왜냐?
목사님처럼
단맛이 혀와 입속에 확 느껴집니다.
저희 집에서는 저만 이 방법을 사용하지요.

들꽃처럼

2008.10.24 04:42:51
*.145.209.189

혹시 우유에 밥 말아 드셔본 분 계신가요?
반찬은 없고, 배는 채워야겠고.....

한 십여년 된것 같네요.... 런던에 잠시 머물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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