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계와 공간

Views 1165 Votes 0 2009.02.27 10: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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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렸을 때 저희 집에는 장난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방 안 가득 수북이 쌓여 있었지요.

이것을 가지고 놀다가 저것을 가지고 놀고.

또 저것을 가지고 놀다가 그것을 가지고 놀고.


하지만 문구점에서 본 또 다른 장난감에 쉽사리 마음을

빼앗기지요. 사달라고 떼를 쓰고. 안사주시면 울고.

계속 그 장난감만 그리워하다가 막상 내 손안에 들어오게

되면 며칠 못가서 싫증내고. 그런 일들이 많았지요.


이제 조금 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는 것은,

사람은 무엇인가가 마음에 들면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고,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파괴해 버리는 습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이름 없는 장난감아.

너는 내 손에서 일주일채 되지 않아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것 보다

차라리 내가 닿을 수 없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나의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구나.


2. 

감신대 다니는 군대 후배가 빌려준 책이 있습니다.

감신대 심광섭 교수의 ‘기독교 신앙의 아름다움’입니다.

그 책의 첫 페이지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을 기리며 그리워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그리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하나님, 당신을 분석하여 쪼개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 하는 것이라니.


당신께 닿고자, 하나가 되고자 이렇게 나아가는데

당신을 그리워 하는 것이라니.

결코 하나 될 수 없는 운명을 감지한 연인들의 비애처럼.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하나님과 나 사이의

공간.

순간 허망해졌고. 살짝 참담해졌고.

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게 익숙하지 않은데.

하나님, 당신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획득하고 싶은데.
당신을 좌지우지 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당신의 주권이란
이름으로 뒷통수 맞는 일은 살면서 피하고 싶었는데. 

정말 그랬다.


3. 

정말 그렇다.

상대가 하나님이든. 사람이든. 꽃이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얼마나 낯설고 불편한 일인지.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또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관계속에서의 물리적 공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관계의 시작은 그리움이며 그 끝 또한 그리움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얼마나 맥빠지는 일인지.


하지만 동시에 관계 속에서의 공간은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태양의 사랑은 1억 4960만km.

그 안에서 너도 살고 나도 산다는 것.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 되어버린, 우리.

공간은 유월절 붉은 피.

그리움은 줄 없이 떨어지는 번지점프.


(끝이 약간 허망하게 끝나네요.
고객 응대하고 왔다 갔다 하다가 동력을 잃었어 ㅠㅠ)


profile

시와그림

2009.02.27 17:54:29
*.109.57.204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것이 정녕 낯설고 불편한가요
그러면 "기독교는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것이다"라는 경구를 지워버리세요
낯설고 불편한 것이 역동의 숨은 힘이 되지 못한다면 말이예요

수만의 경구와 해석을 아우르는
깊디 깊은 自存者, 그 분 한분에게서
내가 연유하면 그 것으로 족합니다

그 경구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하나님을 그리워하지 마세요

찬선님의 환절기! 화이링~

박찬선

2009.02.27 20:16:46
*.139.173.30

글의 전체적인 취지는,
'그리움은 두 주체가 하나가 되는(완전해 지는) 작업이 실패할 때 경험하게
되는 부득이한 그 무엇이 아니라, 공간 가운데 둘러쌓인 우리가 타주체와
관계를 맺을 때 필요한 기본적인 것이며 두 주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
대충 이런 뜻이였는데 전달이 잘 안되었지요.

두번째 챕터에서는 전체적 맥락에 덧붙여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열망,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노력,
하나님과 하나되고자 하는 열정이 잘못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그럴려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공간이 있음
을 알게 된 자가 느끼는 낙담이 좀 크게 부각될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움이 도구로 사용되었고요.

같은 단어가 전체적인 틀 속에서는 주제로, 한 챕터 내에서는 주제와 도구로^^
(위 꼭지글의 장르는 정말 저조차 의심스럽군요ㅎㅎ)

안희철

2009.02.27 18:04:32
*.142.8.99

글 즐겁게 읽었어요.
고백하셨다시피
물리적 공간의 차이는 판넨베르크의 말대로
개별 피조물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하나님의 은총일지도 몰라요.
이것은 또한 피조물이 가진, 특별히 인간의 자유의 긍정이겠지요.
또한 판넨베르크는 그 인간의 자유가 없이 하나님의 영원한 공동체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그 그리움은,
하나님과의 일치를 향한 시작이 아닐까요?

박찬선

2009.02.27 20:29:51
*.139.173.30

물리적 공간의 차이가 당연한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이라면
이 말은 우리 모두가 '물리적'으로 연결될 뻔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아이고 끔찍하여라 ㅋ
즉, 원래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는 우리는 지금은 분리되었지만 이제 원상으로 회복되는 과정 중에 있고요.
그럼 그리움은 당연하겠어요.
고맙습니다^^

안희철

2009.02.27 21:52:58
*.206.197.89

판넨베르크의 저 말은 오늘날 우주론에서 주는 교훈을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특이점이라고 하는 한 점에서 빅뱅된 것으로 우주를 설명하잖아요.
그 가설이 사실이라면, 박찬선님과 제가 실은 최소한 물리적으로는 하나였습니다.
emoticon

다시 우주가 수축할런지, 평행을 유지할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님을 그리워할 모티브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요.
profile

소풍

2009.02.28 02:37:54
*.155.134.136

그리움은 줄 없이 떨어지는 번지점프
.... 더군다나 바닥도 없다네.

(가만있자, 바닥이 없는건 다행인건가...?)
 

박찬선

2009.02.28 08:45:17
*.109.153.238

아~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중요한 문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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