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동병상련, 그리고 축복

Views 1870 Votes 1 2014.01.22 06: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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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환자 한 분이 아내와 함께 "건선"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온 몸에 발적과 가려움, 그리고 각질이 너무나 짧은 주기로 무한 반복되는 증상이었는데...

진찰을 하는 동안에 내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러자 아내 되는 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속상해 하면서...

"자기야... 선생님 얼굴 좀 봐... 괜찮아..." 라고 하셨다...

왠지 그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얼굴 부분에 부분적이지만 환자분과 거의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다고 털어 놓았고,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자...

그제서야 그 분은 내 얼굴을, 내 눈을 쳐다보셨다...

그 분께 드릴 나의 체험담을 담은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내가 가진 증상이 축복처럼 느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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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늑대 

2014.01.22 09:45:06
*.18.118.229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슬픈 사람이 가장 밝게 웃는다.

그리고 상처 입은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소설 '소원'에 나오는 글이라고도 하고

영화 '화이' 엔딩 크레딧이라고도 하네요.


솔직히 내가 겪은 상처가 남을 위로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경험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 같아요! ^^


첫날처럼

2014.01.23 09:56:22
*.213.171.17

저도 사실 이 증상으로 자괴감이 너무 심했어요... 혹자는 성인 아토피라고도 하고... 혹자는 건선이라고도 하고... 내가 볼 때도 이 증상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어중간한 상태로... 거기다가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된 입장에서 이런 증상이 드러나서 환자들이 그 것을 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혈액암을 앓으시는 피부 발적 환자분 - 오늘도 오셨어요 -을 만나면서 그분과 공감을 하면서 나의 이 증상이 어떤 쓰임새가 있다는 역발상이 가능했구요...


그러면서 나름 제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하면서... 약도 써보고... 식이요법도 해보면서 지금은 그래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이 되었어요...


이 증상을 통해서 오히려 저는 저의 맨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죠... 특히나 환자들에게...


공감의 힘, 교감의 힘은 정말 너무나 크다는 것을 일상에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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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늑대 

2014.01.23 10:19:22
*.18.118.229

첫날처럼님처럼 환자를 치료하는 분이 밖으로 보이게 아프셨다면
여러모로 더 힘드셨겠네요.

실력과 상관없이 불신을 받으셨을텐데 이겨내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할 수 있는 이는 같은 슬픔을 겪은 이 뿐이다.' 라는 말이 있지만

자식을 잃는 슬픔 자체가 하나님 뜻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 다른 이를 위로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자괴감을 이겨내는 노하우 저도 한수 지도받고 싶습니다. ^^

PS. 여담이지만 저도 피부로 고생 좀 했었습니다.

땀을 방치하면 금방 땀띠가 되고, 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피가 나던 시절도 ... ㅠ.ㅠ


한때는 겨울에도 땀띠분을 사용하고는 했었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샤워 시간이 좀 길어요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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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4.01.22 21:41:48
*.34.116.82

첫날처럼님,

문득 다미안 신부님이 생각났어요.

요즘 제 생각주제가 심층적연민/긍휼이어서 그럴까요?

얼마전부터 첫날처럼님 따라서 칼융을 읽고 있어요.

저에게는 확실히, 프로이드나 라캉보다는 읽기가 수월하네요.

무엇때문일까요? 아마 이 점은 첫날처럼님께서 진단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얗든.. 칼 융을 보다가 로버트 존슨의 책까지 겸하여 보고 있습니다.

이 분이 칼 융의 제자라고 해서요. 제자가 구현해내는 칼융을 엿보고 싶어서지요.

그런데, 이 분 또한 아주 독창적이신데요?^^

첫날처럼

2014.01.23 11:00:40
*.213.171.17

융이라고 해봐야 융 전집을 읽은 것도 아니고, 융의 전기와 논문 몇 개, 그리고 글들을 통해서 접한 것이 전부지만, 그 글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몰입된 건 처음이었어요...


융과 에크하르트는 같은 지평에 서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어요... 에크하르트를 알고 있던 제가 융이 급격하게 끌인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구요... (융도 기독교 신학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에크하르트에 대해서는 유독 호감을 가지더군요... 기독교 신학자나 영성가 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사람은 에크하르트와 야코브 뵈메 밖에 없다고... 물론 그는 에크하르트도 좀 시시하다고 이야기 했지만 ㅋ)


프로이트는 학교 다닐 때 신경정신과학 시간에 배웠던 깜냥 밖에 없어서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비유를 하자면, 아토피 피부염에 프로이트는 "피부 혈관 확장" 이라는 측면에만 집중하여서 - 실제로 프로이트는 "성적인 문제" 를 모든 정신신경증상의 단일 원인으로 보았죠... 결국 그게 도그마가 되었고... 융은 환멸을 느낀 거구요 -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서 피부 주위의 혈관을 축소 시켜서 증상적 호전을 추구하는 쪽이라면, 융은 그 원인을 통전적으로 바라보면서 치료와 더불어 전체적 심신적 생활관리까지도 추구하는 쪽이라고 할까요?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은 의식에서 억압된 것들이 모여 있으면서 컴플렉스의 형태로 밖으로 튀어 나오는 병리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보며 치료적인 측면에서도 "치료적 억압" 을 주된 방법으로 보았던 반면... 융은 무의식에 대해 가치 중립적으로 접근하면서 그 것은 위험하면서도 창조적이며 또한 매력적인 것으로, 인간의 진정한 전인적 건강은 이 무의식의 의식화에 있는 것으로 보았어요... 


그런 면에서 프로이트는 꿈은 어떤 과거를 담은 무의식의 병리적인 산물로 보았고, 융은 꿈을 우리의 내면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현재와 미래적인 의미로서 무의식이 우리의 의식에게 부단히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았어요...


프로이트에게 있어서는 우리의 의식이 무의식에 비해 능동적인 반면, 융에게는 우리의 무의식이 의식에 비해서 능동적이었죠... 


이토록 프로이트와 융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존재를 알았고, 그래서 치료적인 측면에서 무의식을 이용했지만, 융은 무의식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도대체 무의식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냥 바다를 쳐다보고 그 속에 심연이 있음을 밖에서 드러나는 현상을 보고 추론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 심연을 직접 보려고 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는 엄청난 사실을 알아낸 거구요...


융은 우리의 무의식도 개인적 무의식과 함께 집단적 무의식이 있음을 알아냈어요... 무의식도 그 깊이에 따라서 다른 층위들(layers)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그 층위들 속에서 융은 페르소나,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림자와 같은 원형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융은 무의식에 있어서 그 무의식이 얕은 층위에 있을수록 개체적 특성이 강한 반면, 그 무의식이 점점 더 깊은 층위로 들어갈수록 보편적인 특성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층위가 바로 하나님이 자리하는 지점,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을 만나는 지점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보았습니다...(그리고 에크하르트가 말하는 하나님은 바로 그 하나님이었던 거죠...)


그렇게 융은 우리를 하나님의 심연 속으로까지 인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융을 알게 된 건 축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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