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21:1

조회 수 580 추천 수 0 2024.03.18 20:21:26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57

21:1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이제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단락이 시작됩니다. 천년 왕국이 끝나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겁니다. 천년 왕국은 온전한 천국 이전의 과도기라면 21장부터 시작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은 그야말로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는 영원한 하늘나라입니다. 그 이야기가 225절까지 이어집니다. 이를 정리하면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 재림의 예수께서 통치하는 천년 왕국, 하늘나라가 완전히 성취되는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계 22:6-21은 요한계시록의 에필로그입니다. 이 에필로그를 쓰려고 앞에서 긴 이야기를 끌어온 것인지 모릅니다. 이 부분을 훗날 가필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요한이 보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오려면 먼저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져야 합니다. 처음 바다도 없어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첫 창조가 불완전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창세기 1장에 후렴처럼 나오듯이 하나님의 창조는 본래 좋았습니다.’ 뱀과 사탄이 그 창조의 선함을 이용하여 하늘과 땅과 바다를 혼탁하게 만들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뱀과 사탄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없었나, 하는 질문은 여기서 무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기계처럼 창조하신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창조하셨기에 타락의 가능성까지 열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꿈은 구약의 여러 선지자에게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사야입니다. 65:17절은 이렇습니다.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하지 아니할 것이라.” 세상에 출생한 사람이 어머니 뱃속의 순간을 기억하지 않고 마음에 두지 않는 것처럼 이전 것에 전혀 미련을 두지 않는 그런 새로운 세상을 이사야는 꿈꿨습니다. 바울은 이를 개인의 영적 삶에 적용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참고로 사 66:22절은 이렇습니다. “내가 지을 새 하늘과 새 땅이 내 앞에 항상 있는 것 같이 너희 자손과 너희 이름이 항상 있으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새 하늘과 새 땅이 와야 할 이유를 선지자들은 이 세상의 타락으로 보았습니다. 이를 가장 분명하게 가리키는 신학 개념의 하나가 에온’(aeon)이 그것입니다. 에온은 시간적인 의미의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공간적인 세상은 코스모스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세상을 코스모스로 이해했다면 구약은 에온으로 이해했습니다. 올드 에온은 악해서 심판받아야 하고, 뉴 에온이 올 것입니다. 올드 에온은 어떤 방식으로도 고쳐 쓸 수가 없습니다. 개량과 개혁이 불가능합니다. 존재 자체가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바벨론 유수 경험이 놓여 있습니다. 바벨론 제국의 악한 세력이 지배하는 세상은 올드 에온입니다. 하나님께서 개입해서 이런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뉴 에온이 온다는 희망으로 그 모진 세월을 유대인들을 버텼습니다. 그런 신앙 전통이 로마 제국에 의해서 순교 차원의 수난을 겪던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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