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19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9)


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15:34)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예수님은 무슨 이유로 그런 절규를 내뱉으셨을까요? 그것은 예상 외로 단순한 문제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곧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입니다.

오늘의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을 구원의 길로 전제하기 때문에 십자가의 실체에 접근하는데 곤란을 겪습니다. 십자가 사건이 말하는 구원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그 실체를 알아야 합니다. 십자가 처형의 방식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이 얼마나 저주스러운 것이었는지도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십자가 죽음에 직면한 예수님의 영적 실존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이는 곧 예수님에게는 십자가 처형의 처절함이나 세상의 조롱보다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훨씬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의 영적 실존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질문해야겠군요. 예수님이 임박한 하나님 나라를 실제로 신뢰했다면 십자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부활 생명을 확신했다면 비록 십자가의 죽음이 극한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왜 나를 버리십니까?” 하는 절규는 내뱉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모르긴 해도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처형당한 사람들 중에서 이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그것이 허물어지는 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구나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분이었다면 거기서 받는 충격은 더 큽니다. 당신이 살아 계시다면, 당신이 나의 아버지시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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