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에 대해서(3)

조회 수 2129 추천 수 2 2010.12.20 22:49:30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을 순전히 낱말 뜻으로만 보면 육신을 이루었다는 뜻이오. 하나님이 육신으로 나타나신 사건을 가리키오. 그 성육신으로 세상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오. 원래 하나님은 초월적인 존재이기에 사람이 될 수 없소.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하나님은 질적으로 다른 존재요. 그런 존재와 사람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소통이 불가능하오. 성서는 천사가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천사도 어떤 실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전제하고 그런 보도들을 읽어야 하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를 성육신으로 오신 하나님으로, 즉 우리와 동일한 시간과 공간 안으로 들어온 하나님으로 받아들였소.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는 요한복음의 진술은 바로 이것을 가리키오. 예수님이 곧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호모우시오스) 뜻이오.

     그렇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을 대상으로 인식하신 것이 분명하오. 하나님을 아빠, 또는 아버지로 불렀소. 기도하기도 하셨소. 마지막 때에 대한 것은 하늘의 아버지만 아시지, 자신은 모른다고 말씀하셨소. 이게 우리가 넘어야 할 신앙의 인식론적 고비요. 예수님은 하나님을 대상으로 인식했는데,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일하다고 믿었다는 거요. 도대체 무엇이 실체적 진실이오? 예수님과 하나님은 구별되는 거요, 아니면 무조건 똑같은 거요?

     예수님과 하나님은 위격으로는 대립하지만 본질에서는 동일하다는 것이 초기 그리스도교가 도달한 결론이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신앙이기도 하오. 예수님이 성육신의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예수님과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요. 그러나 예수님은 몸을 입으신 하나님이라는 점에서 몸이 없는 하나님과 구별되는 거요.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가리켜 ‘참된 하나님이며, 참된 인간’이라고 규정했소. 이 두 가지 사실이 긴장관계에 있소. 이것을 놓치면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거요. 이런 점에서 예수님의 초림은 하나님의 오심이오. 그의 파루시아이며, 현현이오. 역사에 실존했던 바로 그 예수님을, 그의 운명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바르게 기억하고 아는 일은 대림절 신앙에서, 더 나가서 그리스도교 신앙 전체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소. 그대도 자신의 신앙적 취향에 떨어지지 말고 예수 사건을 알도록 노력하시오. (2010년 12월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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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도도아빠

2010.12.21 09:02:12

신학적으로 많이 알지 못하기에 목사님의 묵상 말씀은 새롭게 다가옵니다. 꽤 오랫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들었고, 이 사회가 재생산하는 담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느낍니다.

 

한 가지 질문은, 우리가 흔히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지요? 인간적인 부자 관계를 말한다기보다, 다른 무엇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신약은 또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오심을 구약의 말씀을 이룬 것으로 설명하는데, 예수님은 자신을 하나님과 동격인 존재로서 자각하셨을까요? 그렇다면 성경을 살펴본다면, 그건 언제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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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0.12.21 23:26:20

예수님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언제'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랍니다.

예수님은 '임박한' 하나님 나라를 전했을 뿐입니다.

그냥 전했다기보다 거기에 일치하셨습니다.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은 거기에 근거한 거지요.

하나님 나라와의 일치!

그것의 시점을 말할 수는 없어요.

부활의 순간일까요?

십자가의 때,

공생애,

세례장면,

출생 때일까요?

우리는 예수 사건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메시아 인식의 시점을 말한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하나님의 계시, 또는 구원 행위,

그의 역사에서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연대기적인 시간이 해체됩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구약에서 온 개념인데요,

하나님과 동일한 전권을 지닌 존재를 가리킵니다.

좋은 성탄절을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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