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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오늘 영천 원당의 농가에서
깜깜한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별들을 보았습니다.
다른 별자리는 모르나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던 북두칠성은
바로 제 머리 위 약간 북쪽으로 치우쳐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별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멀리서만 아름답게 보일 뿐이지
실제로는 태양처럼 불덩어리일 뿐입니다.
그 어떤 대상도 접근을 거부하는 불덩어리입니다.
우리 눈에는 무수한 별들이 하늘을 다 채우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별과 별 사이는 자그마치 2-3광년이나 됩니다.
북두칠성을 구성하는 일곱 개의 별들은 수십 광년,
또는 더 이상 떨어져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우주의 한 모퉁이 지구에 서 있는 저에게
북두칠성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꿈의 세계입니다.
신약시대의 사람만이 아니라 구약시대 사람들도,
더 거슬러 올라가 3백만 년 전의 유인원들도
오늘 저와 똑같이 북두칠성을 보았습니다.
우주물리학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저와 달리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그들에게
저 별들의 세계가 얼마나 신비롭고 두려웠을지,
그리고 얼마나 아득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별을 비롯한 우주 전체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지금 저의 삶과 미래를 온전히 맡깁니다.
예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목사님의 기도문을 읽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니
지리산의 밤하늘에도 초롱초롱한 별들과
초생달 보다 조금 큰 달이 밤하늘에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아득한 세계에 대한 신비로움이나 생명현상 보다는
하루 종일 땅만 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하루가 다르게 신록이 더해 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차오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참 좋은 날들입니다.
오늘 성요한 신부님과 저희 부부, 그리고 지리산님하고 덕산에 있는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성요한 신부님이 갑자기 제주성공회교회로 발령을 받으셨습니다.
5월 둘째주에 산청을 떠나 제주도로 가십니다.
산청에서 1년 조금 넘게 좋은 만남이었는데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제주교회로 가게 되어 조금은 아쉽지만
성공회교회가 가지는 아주 좋은 장점이기도 한 것같습니다.
자기 교회로 생각하지 않고, 교회의 보편성과 단일성이 가지는 장점 인 것 같습니다.
산청에서 함게 했던 소중한 만남에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래 저래 늘 고요한 것 같지만
작은 변화와 설레임들이 항상 일어납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부활의 기쁨이 충만한 안식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