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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아들을 고쳐달라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들으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표적과 기사를 보지 못하면 도무지 믿지 아니하리라.”(요 4:48) 표적은 표징이나 기적으로, 그리고 기사는 놀라운 일로 번역될 수 있다. 두 단어가 비슷한 뜻이다. 고대인들은 어떤 신적인 경험을 이런 기적적인 사건에서 찾았다. 성서시대 사람들도 이런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신화적인 이야기들이 성서에 등장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이것을 실제로 일어난 초자연적인 기적이냐, 아니냐 하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곤란하다. 성서기자들의 관심도 기적 자체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것을 일으키는 분에게 있었다. 그게 그거 아니냐 하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예수님은 오히려 기적을 거부하셨다.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사탄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시험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을 떡이 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불신앙이다. 그런데 오늘날 기적을 보여 달라고 애를 쓰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기적은 아무리 놀라워도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하지는 못한다. 그것 너머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