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심리학자들에게 기도는 단지 하나의 기능일 따름이다. 우리 삶의 상황들이 만들어낸 그림자로서, 우리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그림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도를 드리게 되는 여러 계기들을 파악하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예술 작품을 만든 계기를 파악하면 그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쓴 것이 빚을 갚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명성을 얻고 친구들을 놀래게 만들기 위해서였는지를 확인한다고 해서, 그 작품의 본래적 가치나 그 작품에 대한 우리의 평가에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기도하도록 만든 요인은 기도의 본질이 아니다. 기도의 본질은 기도 자체의 행위 속에 들어 있다. 그것은 예배하는 동안 우리의 의식 내면에서만 감지될 수 있다. (75쪽)
헤셸은 기도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는다. 기도의 심리학적 기능주의를 극복한다. 심리적으로 무언가 절실한 상태가 되어서 기도를 드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기도의 중심에 들어갔다는 보장이 되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쏟아놓고 마음이 후련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기도를 올바로 드린 증거는 되지 못한다. 기도의 본질은 기도의 동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기도의 심리적 효과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기도 행위 자체에 놓여 있다. 우리의 영혼이 성령에 공명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라도 우리는 바른 기도를 배워야 한다. 기도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른 기도를 배우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도의 중심으로 들어가 있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