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신랑 신부에게
오늘 나는 대구샘터교회 청년인 정솔뫼 양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그때 한 이야기를 여기 요약하겠다.
정솔뫼 양과 임정호 군은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이전에도 기쁜 일이 많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크고 작은 기쁜 일이 찾아올 테지만 결혼하는 순간은 그런 것과 비교할 수 없이 기쁜 일이라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서 앞으로 50년이나 60년 이상을 함께 동고동락 하며 인생의 길을 함께 가겠다고 결단하는 순간이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도반처럼 함께 길을 가야 할 이 두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내가 주례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준비가 된 젊은이들이라서 긴 말을 하지 않겠다. 정솔뫼 양은 수년 동안 대구샘터교회에 출석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안다. 지성적이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미인이면서 생각이 깊다. 나는 신부 정솔뫼 양을 딸처럼 생각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몇 달 전에 결혼할 남자라고 해서 임정호 군을 나에게 인사시켰다. 임정호 군은 내가 잘 모르는데, 솔뫼 양이 선택했다면 그 이상의 신랑감이 없을 거라는 믿음이 간다. 임정호 군은 처음 소개 받은 뒤로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내 될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성숙한 인격과 고상한 성품에서 나오는 삶의 향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가장 모범적인 부부관계를 이루며 살아갈 이들이다. 젊은이들이지만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게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더 붙이겠는가.
그래도 인생을 먼저 산 사람으로서 나를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한 가지만 말하겠다. 질문 한 가지 할 테니 대답해보기 바란다. 지금 주례사를 하고 있는 정용섭 목사는 5월5일이 되면 결혼 35주년이 된다. 지금도 부부싸움을 할까, 안 할까? 보는 관점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진다. 사소한 다툼은 아직 일어나지만 큰 소리 나는 다툼은 없다. 사소한 다툼도 없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아마 죽을 때까지 여전할 것이다. 다만 이런 다툼이 함께 사는 세월이 두터워지면서 점점 줄어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정도의 관계를 맺고 사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결혼생활을 오래 한 분들은 나름으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일종의 삶의 지혜다. 양가 부모님들에게 그걸 잘 배우기 바란다. 나의 노하우를 간단히 전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만을 바라보는 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인삼각’ 놀이처럼 한쪽 발을 묶고 일치단결해서 살아가려고 애를 쓴다. 옆에서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이긴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영혼의 자유가 손상된다. 그것보다는 한쪽 방향을 바라보면서 산책하듯이 손과 발을 자유롭게 둔 상태에서 걸어가는 게 좋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목표가 중요하다. 그걸 찾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나친 걸 요구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추구하다가 지쳐 넘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함께 응시할 수 있는 그 방향을 가능한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이 두 사람은 이미 찾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모래 한 알이 우주다.’는 말을, 또는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무위당 장일순의 말을, 또는 불경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이라는 말을 부부가 공감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다툼을 줄여나가면서 부부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법정스님의 책에서 본거 같은데, 사랑한다는 말은 오해한다는 말과 같다 ... 라는 문장을 본거 같아요 ..
아~ 제가 오해했던 걸까요 .. ㅠ
와이프가 이 댓글을 못볼테니 참 다행입니다.ㅋㅋ
아무튼 제 생각에 같은 곳을 보면서 사시는 분들보다는 못 보고 사시는 분들이 더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걸 어떻게 기독교적으로는 못풀고 그냥 제 과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삽니다.
이게 우습게 업보라고 이야기 하지민, 전 우주가 돌아가는 법칙이 일단 직관적으로 연기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눈앞에 있는게 다 내 열매고 인연이고 그래서 사랑인거죠. 맘이 안맞는다고 헤어져바야 거자필반이고, 우주안에서 헤어져바애 어디로 헤어지나요 ... 그냥 잘 보면 사랑스럽습니다.
다행히도 울 와이프는 대화가 몸 안통해서 그렇지 인간적으로는 제 취향저격이라, 제가 선업을 많이 쌓았나 봅니다. ㅎㅎ
좋은 한주 되세여^^
제 아들은 4월 9일 결혼했습니다.
주례는 없이, 신부 아버지가 당부말씀을,
저는 새가정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신부 친구들이 축하댄스를,
신부 어머니 국악교실 친구들이 창을,
저는 남성복4중창으로 축복의 노래를
제 아내의 반주로 축가 부르고,
신랑 신부가 신랑의 반주에 맞추어 2중창 답가를
하였습니다.
개그맨 지하철의 사회로 나름 자유롭고 재미있는
혼례식이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