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2일
심판과 생명 완성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인자(人子)로 경험했다. 인자는 구약성경에서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서 언젠가 올 자로 표상된 존재다. 예수 추종자들이 이 표상을 차용하여 예수가 재림하면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즉 전체 인류를 심판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 기독교 역사에서 이를 오해하여 세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자기들 집단에 들어온 이들만 구원받고, 다른 이들은 다 구원에서 제외된다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이비 이단의 행태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유치한지는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확실하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하는 악과 불행들이 많다.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도 많다. 그런 모든 것들을 간과한 채 심판 운운하는 것은 세상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언어도단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소설 『카인』에서 이를 정확하게 짚었다. 카인의 아벨 살해를 비롯한 모든 살생의 책임을 하나님에게 돌린다.
심판은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불행과 부조리와 악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영적 요청에서 나온 신화적 표상이다. 인간은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하나님만의 초월적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 믿음에서 구더기, 불, 지옥 등등의 개념이 나왔다. 비록 신화적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기는 하지만, 심판은 하나님의 노여움이 아니라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예수의 재림과 심판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근거한 생명 완성의 길을 최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심판은 이미 현존하는 영적 사건이다.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을, 그분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던 간에, 믿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지옥에 떨어진 거와 같다. 자기가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 불가능한 자기 성취를 향해서 무한한 욕망을 불사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