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27)

조회 수 926 추천 수 0 2018.02.07 20:27:40

(27)

존재 지향적 목회를 구체적으로 말하기에 앞서 우선 존재 개념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하는 게 좋겠다. 존재(being, Sein)있음을 가리킨다. 하이데거는 이 존재 개념을 밝히기 위해서 왜 존재하는 것들은 존재하고, 무는 더 이상 없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사람과 나무와 산은 존재하는 것들이다. 고양이와 까치도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런 존재하는 것들을 우리는 세상에서 경험한다. 그런데 사람과 나무의 중간쯤 되는 것은 없다. 그 없는 것, 즉 무(Nichts)는 왜 없을까? 이런 질문은 말장난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지구에는 왜 고체와 액체와 기체만 존재하고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지, 이상하지 않은가? 하이데거는 무를 통해서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인 능력을 가리켜 존재라고 보았다. 그동안 유럽의 형이상학은 존재하는 것들(Seiende)의 근원을 밝히는데 힘을 쏟음으로써 오히려 존재(Sein)가 망각되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 개념으로 인해서 이제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었다.

존재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가장 궁극적인 토대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바로 존재라 할 수 있다. 존재의 차원에서는 시속 130킬로미터를 달리는 치타나 시속 2미터로 움직이는 달팽이나 다를 게 없다. 이건 철학의 관점만이 아니라 물리학의 관점에서도 옳다. 무한의 거리와 시간을 전제할 때 치타와 달팽이의 움직임은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까 말이다. 코끼리의 몸무게와 하루살이의 무게도 존재의 차원에서는 똑같다. 지구 전체의 무게를 분모로 놓고 코끼리의 무게와 하루살이의 무게를 달면 그 차이가 미미하다. 우주 전체의 무게를 분모로 본다면 그 차이는 제로가 된다. 무한 앞에서 유한은 아무리 커도 제로가 되는 거와 같다. 이 논리를 목회에 연결해서 본다면 일만 명 교인이 모이는 교회에서의 목회와 백 명 교인이 모이는 교회에서의 목회는 똑같다. 문제는 존재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데에 놓여 있다.

존재 개념을 일상 경험에서 설명해보자. 출근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고,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걸어서 가는 사람도 있다. 자가용에도 차이가 있다. 5천만 원짜리 벤츠를 타는 사람도 있고, 2천만 원짜리 국산차를 타는 사람도 있다. 기사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출근할 수도 있다. 출근을 존재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방법이 아니라 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어떤 차를 타는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대중교통을 탄다고 해도 마음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걷는 방식도 그에게는 절정의 기쁨이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가면 안락하겠지만 걸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다. 나비와 벌을 못보고, 꽃향기를 맡지 못하고, 대지를 두발로 딛는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 지금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이 두 발로 걸으면서 살아있음의 존재 차원을 경험하는 것이다. 사족: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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