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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의 순간

조회 수 1671 추천 수 0 2017.08.26 21:39:10

어제 저녁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미 가을로 접어든 기분입니다.

오늘 설교 준비 다 끝내고 마당에 나가서

사람 아닌 생명들과 놀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10시간은 필요합니다.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겠지요.

이건 폼 재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길고양이 사건만 해도 30분을 말해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원당의 한 순간은

우주 전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

한두 마디로 끝낼 수는 없는 겁니다.

이야기 듣고 싶은 분들은 놀러오세요.

오늘 간단히 사진 네 장만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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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가 오래 저런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집 현관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마주치는 게 피아노이고,

눈을 위로 올리면 1층에서 2층으로 확 뚫린 창문이 있습니다.

그 창문의 맨 아래만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 있고,

거기에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마귀는 짝짖기를 끝내고 암놈이 숫놈을 잡아 먹는다면서요?


IMG_2857[1].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집 뒤꼍에 놓아둔 플라스틱 통에 벌집이 보이네요.

언제부터 저런 벌집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벌이 없습니다.


IMG_2858[1].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석류가 잘 익어갑니다. 저 친구는 원래 마당 남쪽 끝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3년전쯤 현재 자리인 북쪽으로 옮겼습니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옮겼는데, 지금 잘 자랍니다. 올해 처음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색깔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집니다. 맛이 어떨는지 모르겠네요.


IMG_2859[1].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드디어 내 마음을 가장 졸이는 목련나무가 나왔습니다. 금년 봄에 심은 겁니다. 꽃도 피웠지요. 그 후로 시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을 무조건 많이 주기도 힘듭니다. 우리집 마당 흙은 배수가 잘 안 되어서 자칫 뿌리가 썩을 수 있습니다. 신경 써서 물을 주긴 했는데 지난 7월 말까지 점점 죽어갔습니다. 포기할 마음이 들었습니다. 값도 얼마 되지 않는 나무인데도 마치 자식이 아픈 것처럼 마음이 가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이제 생기가 납니다. 8월 들어서 비가 자주 온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운데 줄기는 이미 죽었고, 북쪽 편의 줄기만 살았습니다. 한 줄기만 살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나중에 전지를 잘 하면 모양을 바로 잡을 수 있거든요. 지금은 끈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요즘 목련나무만 생각하면 미소가 저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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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문전옥답

August 27, 2017
*.145.175.81

저도 얼마전에 거의 손바닥 만한 큰지막한 사마귀를 봤는데

당랑거철이라는 사자성어가 정확한지 사마귀 앞에 손을 갖다대니

앞발을 휘두르며 위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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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ugust 27, 2017
*.150.92.248

사마귀의 앞발 두개는 정말 위협적이어서

마차 바퀴를 막아낼 듯이 보입니다.

오늘 보니 없네요.

길고양이에게 잡아먹혔을지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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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9]인자무적

August 28, 2017
*.88.228.79

예전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시골의 농지가 절대 자연적이지 않다고 어느 환경학자가 이야기 했답니다.

오직 그 작물만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다른 환경을 파괴한다고 하며 도시를 인간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과 매일반이라고 하더군요. 그저께 거실에서 있는데 무언가 부딧히는 소리가 있어 밖으로 나가보니 이름모를 새한마리가 창문에 부딧혀 죽어 있었습니다. 2중유리에 비친 허공이 하늘인줄 착각했나 봅니다. 미안하고 미한한 생각에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모든 것들의 주어진 환경일진데 인간의 배타적 욕심에 많은것들이 죽고 또 힘들어 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창문을 없앨수도 없고.... 목사님도 미안한 놈들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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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ugust 28, 2017
*.201.102.19

몇년전 내 서재 창문에 부딛쳐 죽은 새 이야기를

여기 다비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인간중심주의가 지구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니

시골이라고 해서 그걸 벗어날 수는 없어요.

다른 한편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집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삽니다.

집도 마련해주고, 먹이도 때에 맞춰 주고

집사람이나 딸이 시간 날 때 놀아주기도 하지만

야생에서 살아야 할 그들이 그렇게 지내는 게 어색합니다.

우리집을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는 생존에 직면해 있지만

얼마나 자유롭게 사는지 모릅니다.

그 자유를 낭만적으로 보는 건 아니에요.

내가 만약 고양이라고 한다면

우리집 안에 사는 것보다는 밖에서 사는 걸 택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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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은나라

August 29, 2017
*.105.196.251

시골에 내려와서 여치와 사마귀를 구분할수 있게 됐어요.
정확히 안지는 불과 몇년되지 않습니다.ㅎㅎ
관심이 없으니.. 요즘엔 만지고 놀기도 해요.
가끔 병원에 찾아들면 제가 날개를 잡아 ''안녕~^^'' 인사하고 밖으로 날려보내줍니다.
벌집이 이쁘네요. 집안에 들여놓고 장식용으로 멋지게 해놔도 운치가 있을거 같네요.
가끔 목련이 잘 살았을까? 궁금했는데..
살았군요? 푸르고 반질반질하게 난 몇개의 잎사귀를 보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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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ugust 30, 2017
*.150.92.207

원래 시골에 살았던 게 아니군요.

그런대도 부부가 시골에 적응을 정말 잘하시는 거 같습니다.

원당에서 내가 이렇게 놀다 사라지면

누군가 또 이어서 놀게 될 거를 생각하면서

가능한 뒤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취향이 다르면 그런 게 아무 소용이 없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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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August 29, 2017
*.72.247.134

석류에 마음이 많이 갑니다.

예쁘게 잘 익어갈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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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ugust 30, 2017
*.150.92.207

석류는 나무 크기에 비해서

열매가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크게 달려서

옆에서 보기에 안스럽기조차 합니다.

많이 솎아주었는데,

고마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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